한명숙 "후보 사퇴 권고했지만…" 어정쩡
막말 논란을 불러온 '나꼼수'의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의 후보직 사퇴 문제가 본인의 '완주' 의사와 민주통합당의 어정쩡한 태도로 후보 자격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권은 이에 대해 총공세를 펴며 총선 막판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주말 김 후보 문제가 불거진 뒤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명숙 대표가 "김 후보의 발언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분명 잘못된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입혀 죄송하다"고 언급한 것.
그는 "당은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심판받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이번 총선은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주시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은 김 후보에게 후보 사퇴를 촉구했으나 본인의 의지와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 당 차원에서 김 후보를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김 후보의 사퇴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 후보 본인도 당의 입장 확인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용민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저들에게 질 수 있겠습니까, 심판당해야 할 자들이 큰소리치는 세상, 다시 4년을 저들에게 맡겨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며 "이제부터 진짜 싸움을 시작한다. 뚜벅이가 되어서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를 비난했던 당내 인사들의 자세도 누그러졌다. 김 후보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던 이해찬 상임고문은 "김 후보의 사퇴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당이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김 후보와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물러섰다.
김 후보의 후보 사퇴가 이뤄지지 않자 여권은 공세를 강화했다. 후보 사퇴 문제보단 여론 조성을 위한 일종의 자존심 대결로 생각하는 모양새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충청도 유세 현장에서 "도대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 후보의 후보직 고수는)우리 교육을 송두리째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도 "그동안 김용민 마케팅에 앞장섰던 민주당 한 대표가 '김 후보가 참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후보직 사퇴를 권유할 계획이 아니라 출당시켜야 한다"며 "여대생 앞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던 강용석 의원을 즉각 출당 조치했던 새누리당을 본받으라"고 몰아붙였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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