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는 항상 강자보다 '도덕적 우위' 일까

입력 2012-04-07 08:00:00

언더도그마/마이클 프렐 지음/박수민 옮김

"당신은 공정한 심판자인가?" "당신은 당신의 판단을 믿는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강정마을 사태가 연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구럼비 너럭바위와 평화를 지키려는 반대자들의 시위와 체포 소식은 가슴을 안타깝게 한다. 환경보호와 평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임에 분명하다.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탄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을 돕지 않으면 뭔가 정의롭지 못한 사람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철학과 논리를 이 사건에 적용해보자. 최근에 탈북자의 북송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했다. 수백만 명이 굶주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북한의 인권실태는 이제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구럼비 너럭바위 보호와 평화를 주창하는 그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과 탈북자 인권을 부르짖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북한 동포의 목숨과 인권이 구럼비 너럭바위보다도 못한 것일까.

또한 그들은 평화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않고 있다. 자기 인민의 인권조차 무시하는 북한 정권과 대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화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원양해군을 지향하며 항공모함까지 진수시키고, 그 여세를 몰아 이어도를 자기들 영해라고 우기는 중국으로부터 우리의 바다와 평화는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대국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의 러시아로부터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과연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문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눈에는 무리하게(?) 해군기지를 추진하려는 국가권력이 부당해 보이고, 구럼비 너럭바위를 사랑하고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왠지 지지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저자는 '언더도그마'로 설명한다. 언더도그마는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강자(오버도그마)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는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믿음이다. 언더도그마는 이성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철학이 아니고, 교육이나 교류를 통해 전파되는 것도 아닌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현상 그 자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언더도그마주의자가 어떻게 사람들을 속이고, 국제문제를 왜곡하며 권력을 얻으려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얼마나 왜곡된 사회적 통념과 편견으로 사회 현상을 바라봤는지를 깨닫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저자는 세계금융위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중동 갈등, 환경운동, 반미주의, 새로운 반유대주의, 세계적 테러리즘, 중국의 부상에서부터, 유명인의 불행에서 얻는 기쁨이나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대형마트 반대 운동, 부자들을 향한 비난까지 우리 사회 곳곳의 언더도그마를 상세히 밝혀준다.

'강자가 말하는 약자의 본심'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저자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다.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패이트리어츠의 전략가이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 여러 나라 보수정치인들의 당선을 도왔다. 달라이 라마, 중국 반체제 단체, 유대인 단체와 함께 일했고, 정치광고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폴리상을 탔다.

보수와 진보 관계없이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 옳고 그름의 투쟁은 끝없이 지속되어야 하지만, 언더도그마주의자에 의해 기존의 옳고 그름의 개념이 언더도그마로 대체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268쪽, 1만3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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