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7일 오후 11시

입력 2012-04-07 08:00:00

한국전에 참전했던 레이몬드 쇼는 동료들을 용감히 구출한 공으로 국가로부터 명예훈장을 수여받는다. 쇼의 어머니는 15개의 애국 단체를 이끄는 정치계 거물, 쇼의 양아버지는 상원의원이다. 그는 화제를 일으키기 위해 어떠한 정치 쇼도 서슴지 않는 부모를 경멸한다. 한편, 쇼의 상관이었던 마르코 대위는 전쟁에서 돌아온 후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린다. 마르코는 자신의 악몽을 상부에 보고하지만 군은 피로한 탓이라며 그를 한직으로 발령한다. 어느 날, 쇼를 만나러 간 마르코는 그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는 한국전 시절 통역을 보고 격분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맞춰지는 조각들. 마르코는 쇼의 이상 행동 등을 통해 자신들이 거대한 세뇌 작전에 이용됐다는 것을 알아채지만, 이미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쇼는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까지 살해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1960년대에 나왔지만 한국전쟁을 비롯해 1950년대에 미국을 휩쓴 반공사상, 즉 매카시즘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 미국에선 '적색공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했는데, 이 영화의 미군 포로들에게 사용된 '세뇌'도 공산주의자들의 계략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매카시즘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론을 선동하는 극단적인 사상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쇼의 양부인 아이슬린 상원의원은 언뜻 애국주의자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보다 훨씬 유능하고 야심에 차 있는 부인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그가 회의장에 난입해 자신에게 공산주의자 명단이 있다고 주장하는 장면은 매카시가 실제로 했던 행동을 패러디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공산주의자가 몇 명이냐는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한심한 정치인의 본보기로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들을 악으로 설정하면서 실질적인 적은 바로 내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사에 남을 수작이다.

영화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장면은 미군 포로들을 세뇌하는 부분일 것이다. 포로들이 뉴저지 호텔에서 원예에 관한 강연을 듣던 중 진짜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마르코 소령 역의 프랭크 시나트라는 원래 어머니 역에 루실 볼을 염두했으나 안젤라 랜스베리와 작업했던 프랑켄하이머 감독이 그녀에게 배역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에겐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알려진 그녀는 야무진 표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러닝타임 126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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