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봉된 미국 영화 '스윙보트'(swing vote)는 선거에서 한 표의 위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통령 선거 때 시스템 착오로 집계가 잘못되면서 주인공에게 10일 이내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그런데 주인공의 한 표가 현 대통령과 야당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세계의 언론이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여야 대선 캠프는 한 사람만을 위한 선거 캠페인을 벌인다는 얘기다.
실제 선거에서도 단 한 표 차이로 운명이 엇갈리고 역사가 뒤바뀐 사례가 적잖다. 1839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서 현직 주지사였던 에드워드 에버렛은 한 표 차이로 떨어지는 기막힌 선거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본인의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탓이었다. 투표 당일 지지자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다가 자신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투표소로 달려갔지만 5분이나 지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명될 수 있는 주지사 자리를 한 표 때문에 날려버린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8년 강원 고성군수 보궐선거에서 윤승근 후보와 황종국 후보 모두 똑같이 4천597표를 얻었지만, 재검표 결과 1표 차이로 황 후보가 당선됐다. 2002년 충북 충주시의원 선거에서 곽호종 후보는 한 표 차이로 낙선했으나, 4년 뒤 선거에서 한 표 차이로 당선돼 '한 표'로 울고 웃는 진기록을 남겼다.
한 표의 위력은 개인의 운명뿐만 아니라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1954년 이승만 자유당 독재의 길을 열어준 사사오입 개헌 또한 의결정족수인 136표에서 한 표가 모자라 생긴 일이다. 청교도혁명으로 궁지에 몰린 영국 왕 찰스 1세는 의회의 투표 결과 68대 67 단 한 표의 차이로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프랑스혁명으로 재판에 회부된 루이 16세도 국민의회 투표에 따라 361대 360 단 한 표 차이로 단두대에 끌려간 비운의 국왕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 대학살의 만행을 저지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1923년 나치당을 장악한 것은 단 한 표 차이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국운을 가름하는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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