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여론조사 새누리 지지세 '오류인가 본심인가'

입력 2012-04-06 10:59:39

조사 대부분 '새누리 석권' 체감 여론과는 크게 차이

2009년 4'29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에서 각 매체의 여론조사는 뚜껑을 열자 '거짓말'이 됐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 사이에서는 무려 22% 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여론조사에 제대로 답을 않거나, 아예 여론조사 방법상 대상에 들어갈 수 없는 '숨은 표'가 전세를 역전해버린 것이다. 당시 정수성 무소속 후보는 선거 직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정종복 새누리당 후보에게 12%p 가까이 뒤졌으나 실제 개표 결과 정수성 후보는 45.9% 득표율로 당선됐다. 경주 민심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온 배경이다.

총선 국면에서 지역 여론은 특정 정당의 싹쓸이에 반대한다는 분위기가 강해 보였다. 정당들끼리 경쟁이 있어야 지역민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지역발전을 위한 일을 하나라도 더 한다는 깨우침의 발로였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공표시한이었던 4일까지의 각 매체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27석 대부분을 또 새누리당이 가져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는 지역이나 일방적 게임이 될 것이라는 지역이나 할 것 없이 새누리당 후보가 앞선다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의 구분도 없다.

시장 골목골목, 선술집, 대학가 주변에서 들리던 지역의 일당독식 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숨어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방법 상의 오류에서부터 지역민들이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뜻과 다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 오류 원인은 이렇다. 유선전화만을 대상으로 한 현행 여론조사 방식은 휴대전화만 가지고 있고 유선전화가 없는 가구가 원천적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체감 여론과 여론조사 결과의 현격한 차이를 낳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낮 시간대 집에서 유선전화 벨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권자는 제한적이다. 대상을 못찾은 조사기관이 "그냥 20대, 30대라고 대답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런 방법상 오류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텃밭 정당에서 갈라져 나온 후보가 1위와 2위를 다툴 때에는 여론조사 정확도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리서치랩의 이종민 연구팀장은 "자신을 소수파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침묵의 나선 이론)"며 "대구경북의 새누리당 지지 유권자는 여론조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며 자신의 평소 입장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껏 선택했던 정당에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 와서 다른 정당을 선택하자니 그동안의 선택을 모두 부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잘 모름'으로 응답한 부동층이 대세에 편승하기보다는 소수파일 확률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대체적인 의견과 자신의 입장이 같다면 자신있게 답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투표하고 나온 유권자를 일정 거리 뒤에서 묻는 출구조사를 방송사들이 선거 직후 발표하지만 오류가 속출하는 것도 이런 유권자의 성향 탓이란 지적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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