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왕 루이9세(1214~1270)는 맨발로 뛰쳐나갔다. 꿈에도 그리던 예수의 성물(聖物)이 도착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콘스탄티노플 황제로부터 거금 13만5천 리브르를 주고 사들인 30여 점의 유물 중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가시면류관도 있었다. 성물을 보관할 장소로 생-샤펠 성당(1248년 완공)을 지으라고 하명한 상태였다.
루이9세는 신심이 깊었으며 실제로 수도사를 꿈꿨다. 그리스도적 사랑을 기반으로 치우침없이 나라를 다스려 그의 치하 프랑스는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다. 그는 기독교 군주가 갖춰야 할 최고의 전형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아 '성왕'(聖王)'으로 불리고 1298년에 성인 즉 '생 루이'( Saint Louis)로 시성되었다.
그러나 전장에서 루이9세는 실패한 군주였다. 예루살렘을 이슬람으로부터 탈환하겠다며 두 차례 십자군 원정대를 이끌었는데 제7차 원정 중이던 1250년 오늘, 그는 이집트에서 포로로 잡히는 수모를 겪었다. 한 달 여 뒤 거액의 몸값을 주고 풀려난 그는 절치부심 끝에 1270년 제8차 원정대를 일으켰지만 8주 만에 이질에 걸려 세상을 떴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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