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매력? 이번엔 어떻게…
신중한 것 같으면서도 거침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편하게 한다. 물론, 불편한 이야기라도 조심스럽게 돌려 말한다. 머뭇거리긴 하지만 거리낄 것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 느낌. 배우 김옥빈(25)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다양하다. 멜로물을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외모를 장점으로 꼽기도 하고, 4차원적인 엉뚱함이 매력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어떤 팬은 무겁고 음울한 표정을, 또 다른 팬은 밝게 웃는 얼굴을 김옥빈의 포인트라고 하며 눈길이 쏠린다고 한다.
2005년 공포영화 '여고괴담4:목소리'로 데뷔한 그는 '다세포 소녀' '박쥐' 등 강렬하면서도 톡톡 튀는 인상을 주는 작품을 다수 했다. 특히 '박쥐'와 '고지전' 등에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쌓였다. 이런 평에 대해 본인은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는 투다.
"좋게 보면 저만의 매력인 것 같은데요? 매력으로 보지 않는다면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다양한 매력이 있는 거잖아요?"(웃음)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감독 우선호)에서도 시니컬하고 어둡다. 영화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쟁탈전이 볼거리. 김옥빈은 극 중 교통사고를 당한 아버지(정인기)의 복수에 나서는 동화를 연기했다. 아버지의 직장동료인 현철(이범수)과 함께 아버지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회장을 찾아 돈을 요구하려 했으나 회장이 사망해 망연자실해한다.
두 사람은 장례식을 못 치르도록 시신을 훔쳐내 보상금을 타낼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하필이면 훔쳐낸 게 회장 시체가 아닌, 사채업자에 쫓기다 시체로 위장한 진오(류승범)다. 이들과 또 다른 세력들이 얽히고설키는 관계에서 웃음이 유발된다.
"극 중 현철과 진오가 티격태격할 때가 많거든요? 저도 진오 때문에 화가 나는 상황이에요. '야, 이 ××야'라고 욕도 하고, 쥐어박으며 끼어들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됐어요. 감독님이 동화라는 인물은 그 상황에서 모른 척하고 있어야 하는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힘들었죠."
감독은 류승범에게 대부분의 웃음을 담당하게 했다. 현장에서 이범수의 대사도 터지는 게 많았지만 들어냈단다. 두 사람의 개그 스타일이 달랐지만, 감독은 류승범이 연기한 진오를 부각시키는 데 더 힘을 썼다.
"촬영 현장이 계속 웃겼다"는 김옥빈은 "나도 웃기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웃길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감독은 김옥빈이 웃기는 데 주력하면 동화 고유의 캐릭터를 넘어선다며 만류했다. 김옥빈은 "무표정하게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걸 원했다"고 전하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저 사실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많이 챙겨보거든요. '개그콘서트'나 '개그공화국'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봐요. 영화가 잘 되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도 되고 하잖아요. 우리 영화도 그랬으면 좋겠는데…."(웃음)
염원(?)한 개그감은 선보이지 못했지만, 자신이 맡은 신에 몰입했다. "대사가 있거나, 없거나 했던 신을 모두 다 잘하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코미디는 다음을 기약하는 눈치다. "다른 감독님들한테 제가 웃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좋게 얘기 좀 해주세요."(웃음)
코믹 영화는 기대한다고 했는데 멜로 장르는 아직 원하지 않는다. "하고는 싶은데 5년 정도 뒤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막연하게 삶의 깊이가 쌓이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은 깊은 연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잠시 멜로 장르를 뒤로 미룬 이유다.
앞서 '박쥐'로 2009년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톱 배우로 입지를 다지는 듯했으나 이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팬들은 못내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좀 더 공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김옥빈은 지금이 좋다고 했다. "지금 만족해요. 앞으로 기회도 많고 도전할 연기도 많으니까요."(웃음)
그는 "이번 영화에서 촬영에 몰입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며 "그때 연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야외 촬영에서 기상여건이나 돌발적인 상황 속에서도 감수성을 예민하게 해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될 때도 있거든요. 그래도 힘들 때 이범수 씨가 제가 힘들어하지 않게 잘 받아줬고, 류승범 씨는 유머를 던져줘 고마웠어요." 김옥빈은 특히 이범수에 대해 "친삼촌 같은 기분"이었다고 좋아했다.
김옥빈은 케이블채널 M넷 '김옥빈의 오케이 펑크'를 통해 밴드가수에 도전했고, 미니앨범까지 냈다. 남자친구인 록밴드 스키조 멤버인 허재훈의 도움이 컸다. 허재훈과는 한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공개 키스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인 사이임을 공개하고 좋은 건 뭘까.
"전 성격상 그냥 편하게 다니거든요? 열애 사실이 공개되기 전에도 편하게 대놓고 다녔어요. 스캔들이 안 났을 뿐이죠. 사람들이 매니저인 줄 알았나 봐요.(웃음) 연인 사이임을 공개하고 나니 상대방 얼굴도 알고 '누구다!'라며 이제야 알아보시더라고요."(웃음)
김옥빈은 벌써 차기작을 결정하고 5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시라노: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하는 SF 스릴러 'AM 11:00'으로, 학구파 박사를 연기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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