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한 어머니는 억척같이 농사를 지어 아들을 대학에 보냈다
아들은 신학기만 되면 소를 팔아 마련한 등록금과 함께 어머니가 이웃집 누나에게 부탁해 불러 쓴 편지를 받았다
(다루나 그만 자그라 야야 돈 애꺼 쓰고 암커이 배골치 마그라)
지금 이제야 그걸 아는 내가 뒤늦게 철들어 쓴 편지를 어머니는 천상의 어느 사람에게 부탁해 읽고 계실까
권달웅
서정적인 감각의 짧고도 투명한 시를 보여주는 권달웅 시인의 작품입니다. 시인은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 늦은 답장을 하고 있네요. 글을 모르는 어머님이 옆집 누나에게 부탁해 불러 쓴 편지라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었겠지요. 또 속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없었을 테고요.
그래서 '달웅아 그만 자거라'로 시작하는 편지가 더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이 편지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을 아들은 이제야 이해한 모양입니다. 젊은 시절엔 그저 건성으로 읽고 넘어갔겠지요.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렇게 늘 늦게 도착하는 법입니다. 세상에는 이런 편지가 있지요. 세상풍파를 겪고 아이들을 기르고 어머니의 나이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읽을 수 없는 편지 말입니다. 소중한 메시지는 결국 나이가 읽는 건가 봅니다.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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