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차량털이범, 못찍는 CCTV

입력 2012-04-04 10:22:05

사각지대 이용해 차에 접근, 유리창 깨고 귀중품 싹쓸이

지난달 13일 오후 A(44'대구 달서구) 씨는 상가 주차장에 잠시 승용차를 주차했다. 볼 일을 마치고 2시간 후 돌아와 보니 차량 앞유리가 산산조각 났고 현금 50만원이 든 손가방도 사라졌다.

A 씨는 "사건 후 귀중품은 절대 차 안에 두지 않고 주차를 한 뒤에도 신경이 곤두선다"고 푸념했다.

같은 날 오후 다른 주민 B(53) 씨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B씨는 자신의 사무실 앞에 주차했던 승용차의 유리창이 박살나 있었고 차 안에 둔 현금 200만원과 통장이 사라졌다고 했다.

B씨의 차에는 차량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고 도로변에 CCTV가 있었지만 범인은 촬영 사각지대를 이용해 차에 접근한 뒤 유리창을 깨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B씨는 "사무실 앞에 '차량털이 주의'라는 경고 스티커까지 붙였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수시로 차량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전역에서 차량털이가 활개치고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달서구에서만 16건의 차량털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발생한 차량털이만 8건이었다. 드라이버를 이용해 유리창을 깬 뒤 차 안에 있는 가방이나 골프채를 훔치는 등 범행 수법이 비슷했다. 발생 지역도 반경 1.5㎞ 안에 집중돼 경찰은 전문 차량털이범의 연쇄 범행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성경찰서는 최근 새벽 시간대에 한적한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만을 골라 금품을 털어온 혐의로 P(42)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P씨는 지난 1월 6일 새벽 대구 중구 한 빌라 주차장에서 K(31) 씨의 차량 문을 따고 현금 50만원을 훔치는 등 올 들어 3월까지 30차례에 걸쳐 21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K씨가 주로 문을 잠그지 않은 차량을 뒤지거나 유리창을 깨고 금품을 훔쳤다"며 "훔친 통장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장면이 CCTV에 녹화돼 덜미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대구 북구 관음동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의 조수석 창문을 깨고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훔친 혐의로 P(21) 씨 등 2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고, 서구 일대를 돌며 3차례에 걸쳐 주차된 차량에서 현금과 야구장비 등 223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P(18) 군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차량털이범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 차량을 털거나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