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왕 돈 꿀꺽 '경찰 리스트' 나오나

입력 2012-04-04 10:54:54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굴리며 사채시장과 증권가의 큰 손으로 통하던 국내 최대 사채업자 C(58) 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특히 C씨가 수사 청탁과 사건 무마를 위해 경찰관 수십 명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4일 코스피 상장사 경영진을 협박해 수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사채업자 C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C씨는 2010년 8월 24일 서울 서초구 한 커피숍에서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인 다산리츠 부회장 J(49) 씨를 만나 "주식대금(주금)을 가장 납입한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9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4월 국토해양부로부터 자기관리 리츠 영업인가를 받아 2010년 9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지만 경영진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6월 상장폐지됐다.

C씨는 또 2010년 2월 이 회사의 주식대금 30억원을 가장 납입하는 등 3개 업체에 주식대금 300억원을 가장 납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주식대금 가장 납입은 유상증자를 하려는 업체가 자금 사정을 속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돈을 내 허위로 예금 잔액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바로 돈을 빼내는 수법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검찰 시민위원회를 열어 영장을 재청구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검찰은 C씨가 수사 청탁이나 사건 무마를 위해 서울지역 경찰관 수십 명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C씨가 굴리는 자금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금품이 오갔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고 있다는 것. 대구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아직 뇌물 리스트가 나온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며, "정확한 내용은 수사 중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C씨는 무등록 대부업소를 차려 연 300%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벌어들였으며 돈이 필요한 업체들에게 최대 500억원을 빌려주고 하루에 이자만 수억~수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도박장에서 전주 노릇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씨가 굴리는 자금 규모만 1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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