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퇴직한 김모(61) 씨는 요즘 우울하다.
퇴직금에다 수억원의 대출을 내 지난해 대구 중구 교동의 한 원룸을 사들였지만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10억원 가까이 투자하면 달에 600만원 이상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원룸에 투자했지만 공실률이 반 이상 차지하는 등 이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후 대책은커녕 도리어 마이너스 장사"라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이던 임대료를 최근 200만원에 20만원으로 낮췄다.
대구 도심 내 다가구 주택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원룸 또는 투룸으로 불리는 다가구 주택 공급이 몇년 동안 급증한데다 최근 들어 주거 수준이 향상된 주거형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다가구 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보안 및 생활편의 시설을 갖춘 아파트형 소형 주택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다가구 주택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한 다가구 생활주택
다가구 주택 공동화 현상은 원룸이 임대수익형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시작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내 다가구 주택은 2009년 4천116가구에서 2010년 5천428가구로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6천413가구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다가구 주택 인허가 건수도 578동에서 1천644동으로 증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은퇴를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처로 원룸에 관심을 가지면서 최근 원룸 공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구 주택이 급증한 또다른 원인은 소형 아파트 부족에 따른 매매 및 전세가격 상승이다.
2007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소형 아파트 공급이 사라지면서 기존 20평형대 소형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대구 전 지역에서 20평형 아파트 가격이 최근 2년간 20% 이상 상승했고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의 90% 수준까지 올랐다"며 "소형 아파트 부족이 다가구 주택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가구 주택 공급이 늘면서 빈 원룸도 속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수요자 부족으로 가격 안하 경쟁은 물론 입주 3종 패키지까지 등장했다.
원룸 임대사업자는 한 모씨는 "월세를 깎아주는 건 당연하고 1년간 입주 계약을 맺을 때 두 달은 기본, 많게는 석 달 이상 월세를 받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사 비용까지 지원하는 건물주도 많다"며 "달서구 지역 원룸 임대업자들이 중구나 심지어 수성구까지 광고 문구를 붙여 놓는 등 원정길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거형 오피스텔 등장에 원룸 공동화 더욱 심해질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룸 공동화 현상이 시작 단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가구 주택 대체 주거 공간인 주거형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19가구 미만의 다가구 주택과는 달리 200~300가구 이상 대단지를 이루고 보안 및 주차, 주거 편의성 등이 아파트와 비슷하다.
특히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임대 수익을 노린 투자형 주택이란 점에서 다가구 주택과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대구 지역 내 공급 예정인 주거형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최대 19개 단지 1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은 "빌라가 등장하면서 단독 2'3층 주택 임대 수요가 갑자기 사라진 것 처럼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입주를 시작하면 다가구주택 수요도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다가구주택이란- 전체층이 3층이하 이고 전체층의 바닥 면적의 합(연면적)이 200평(660㎡)이하인 주택. 지난 90년 정부가 도시 주택난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주택형태다.
분양이 아닌 임대전용이며 주택내 가구수가 2~19가구로 제한된다. 그러나 건축법상 단독주택에 포함되기 때문에 각 가구별로 구분등기가 불가능, 각 가구를 분리해 사고 팔 수 없으며 건물전체 단위로만 매매가 가능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