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멈춰!…"고통받는 친구 우리가 지킨다"

입력 2012-04-03 10:26:44

덕화중 학생 190여명 교내 폭력지킴이 활동…교사들도 지원

대구 덕화중학교
대구 덕화중학교 '덕화안전지킴이' 학생들이 2일 교정에서 '학교폭력 멈춰!'를 외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상동 덕화중학교. 두 학생이 심한 장난을 치다 주먹다짐으로 번질 찰나, 빨간 배지를 단 학생들이 불쑥 나타났다. 이들은 "그만하라"며 흥분한 친구들을 진정시킨 뒤 재빨리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알렸다.

학우들끼리 폭력 사태로 이어질 뻔한 현장을 정리한 이들은 덕화중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덕화안전지킴이'들. 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 등이 벌어지면 즉시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제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킴이 활동을 하는 정민선(덕화중 2) 양은 "작은 것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학교폭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화중학교 학생 190여 명과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달 30일 '덕화안전지킴이' 발대식을 갖고 학교폭력 방지와 폭력피해자 보호활동에 들어갔다.

'덕화안전지킴이'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말 인근 학교에서 벌어진 또래 학생의 자살 사건이 계기가 됐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삶을 포기한 친구의 소식을 듣고 너나 할 것 없이 큰 충격을 받았던 것.

학생들은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받으며 '친구의 아픔을 방관한다는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일인가'를 깨달았다고 했다.

이 같은 공감대로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안전지킴이를 결성하기로 결의하고 참여 학생들을 모집했다. 학생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전교생 660여 명 중 30%가량인 190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

박준찬(덕화중 3) 군은 "인터넷으로 학교폭력에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서 사소한 친구들 간의 다툼이라도 방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학생들이 움직이자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학교 측은 대구 수성경찰서의 협조로 안전지킴이들에게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 목격 시 대처요령 등에 대해 교육했다. 또 안전지킴이를 상징하는 빨간색 배지를 제작해 참여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임명장도 수여했다.

황세은(덕화중 1) 양은 "배지를 달면서 책임감이 느껴졌다. 학교폭력을 막는 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교사들과 경찰은 학생들의 안전지킴이 활동이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학교 최순재 교감은 "'덕화안전지킴이'에 참여한 아이들의 자긍심이 대단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우를 보호하고, 학교폭력 예방에 힘쓰면 면학 분위기 조성은 물론 학생들의 인성에도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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