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요리로 행복하면 즐겁잖아요"…美 유학 최재훈 씨의 꿈

입력 2012-04-03 07:54:17

대학 졸업후 유럽 진출 계획

미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유럽에서 일하고픈 최재훈 씨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한국을 알리는 요리 전도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미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유럽에서 일하고픈 최재훈 씨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한국을 알리는 요리 전도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양파를 깎고, 김치를 볶을 때 너무 행복합니다."

최재훈(21) 씨는 세계 무대를 누비며 요리를 만드는 게 꿈이다. 내년 미국 인디애나 컬리너리 아츠스쿨 식품조리학부를 졸업하면 유럽에서 일할 주방을 찾을 생각이다. 사춘기 시절부터 열망했던 꿈은 늘 멀리 있었지만 이젠 손에 잡힐 만큼 다가왔다.

"유명한 요리사가 되는 것보다 언제든 생각해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더 좋아요. 제가 만든 요리 덕분에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최 씨가 요리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유명한 셰프들이 요리 경쟁을 벌이는 '아이언 셰프'(IRON CHEF)를 본 뒤 사춘기 소년은 요리를 만드는 일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중학교 때만 요리 서적과 잡지 100여 권을 탐독했고, 동생 3명에게 요리를 해주고 평가를 받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하지만 요리사로 진로를 잡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남2녀 중 장남인 최 씨가 대구 대륜고에 진학한 뒤에도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바꾸지 않자 아버지가 강하게 반대한 것. 그의 부모는 장남이 열심히 공부해 법조인이 되거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이 되길 바랐지만 최 씨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만난 멘토가 그에겐 큰 힘이 됐다. 대구요리학원 이숙련 원장은 최 씨가 본격적인 요리 수업을 받고, 미국까지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는 데 길을 터줬다. 대구한의대 한방식품조리영양학부에 진학한 최 씨는 2년 전 미국 인디애나 컬리너리 아츠스쿨로 유학을 떠나게 됐고, 미국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이 원장의 아들 덕분에 현지 생활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현재 최 씨는 이 원장이 미국 피츠버그에서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요리 실습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손기술에 능하잖아요. 덕분에 미국에서도 우수한 학생 반열에 들 수 있었죠. 한류 붐과 함께 한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 학생이 됐어요. 제가 한식 자격증도 갖고 있거든요."

그는 대학 졸업 후 서양 요리의 본고장인 유럽 무대로 발걸음을 옮길 예정이다. 스위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5성급 호텔에서 일하며 다양한 요리를 배우면서 한식도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 청소년들도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나가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반드시 길이 열릴 겁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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