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자체발광 들어갑니다~."
지난달 28일 저녁 대구 남구의 한 국학기공수련장.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하나 둘 모여들더니 '자체발광'이란 선창에 갑자기 앞다퉈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어떤 '웃기는 상황'도 없이 갑자기 웃음을 폭발시키더니 30초가 넘도록 끝내지 않았다. 그것도 '하하하' 수준이 아닌 '미친 듯한, 숨넘어갈 듯한' 웃음이다. 언제든 아무 요인 없이도 스스로 미친 듯이 웃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자체발광'이다. 이런 경지를 선보인 이들은 바로 3대가 함께 국학기공을 하고 있는 최명숙(46'여) 씨 가족.
최 씨는 "현대인은 생각이 너무 많아 힘든데 웃음 수련을 할 땐 모든 생각이 사라진다. 실컷 웃고 나면 어떤 생각도 나지 않고 가슴이 뻥 뚫려 속도 시원하다"며 "마지막에 서로 안으며 '사랑합니다'는 말을 건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고 말했다.
현재 최 씨와 함께 국학기공을 하는 가족은 남편, 친정어머니 등 5, 6명으로 줄었지만 다른 남녀 동생 가족이 미국으로 유학 가고 큰아들이 군에 입대하기 전엔 13명이나 됐다. 최 씨의 남동생인 병윤(44) 씨가 처음 국학기공을 접한 뒤 삶이 바뀌자 형제들 사이에 번져나가 너도나도 국학기공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는 것.
최병윤 씨는 "1997년 존재에 대한 고민과 사회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까지 앓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나를 찾아가는 길'이란 기공 홍보물을 보고 우연히 국학기공을 시작하게 됐고, 이는 삶이 바뀌고 가족이 모두 국학기공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다"며 "원형탈모증은 수련 1주일 만에 거짓말처럼 나았다. 정신'육체 건강은 물론 성격도 밝고 긍정적으로 변해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돼 가족에게 권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최병윤 씨의 자형이자 최명숙 씨의 남편인 김건우(51) 씨가 뒤를 이었고, 고질적으로 애를 먹었던 허리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명숙 씨도 1998년 국학기공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국학기공의 마력은 최 씨 형제들, 그리고 2004년 친정어머니 전순남(71) 씨에게까지 뻗쳤고, 최 씨의 두 아들인 김규동(21)'준길(19) 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명숙 씨는 "엄마에게 계속 권했는데 안 하시더니 그 후 몇 년 뒤 몸이 안 좋아지면서 시작해 지금은 가장 열심히 하신다. 너무 건강해져 지금은 집안 내력인 고혈압이 약간 있는 것 외엔 거의 아픈 곳이 없을 정도"라며 "하루를 국학기공 수련으로 시작하는데 70대인데도 늘 웃고 표정이 밝아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온 가족이 국학기공에 푹 빠지면서 '우리만 누리지 말고 이를 널리 알리자'고 의기투합해 최명숙 씨와 친정어머니, 남편, 남동생, 올케 등 8명이 무더기로 국학기공 강사 자격증을 땄다. 최명숙 씨는 현재 국민생활체육 대구시국학기공연합회 남구지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고, 남구 대명5동에서 국학기공 강사를 하고 있는 올케 김정원(39) 씨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주민자치센터나 복지관, 경로당 등에서 국학기공을 지도하면서 함께 수련하는데 개인적으로 단월드 센터를 찾기도 한다. 또 여름철엔 희망교 부근 신천 둔치에서 국학기공 동호인들과 함께 수련한다. 엄마 최 씨의 국학기공 활동 때문에 엄마를 빼앗긴 듯 싫어하던 아들들도 초교 시절 신천 둔치에서 수련 지도를 하는 엄마를 보고 자부심을 느끼고 국학기공을 함께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최명숙 씨는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에 1995년부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출 문제, 어린 아이들 양육 문제 등으로 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등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국학기공을 접한 뒤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늘 웃고 밝아지면서 가슴 답답함이나 불면증 등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이들 가족이 말하는 국학기공의 장점은 하나 둘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생활체육인데다 가족 친화력을 높이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다고 자신한다. 공동 화제 덕분에 평소 대화가 많아지고 수련할수록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게 돼 부부,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몰라보게 좋아진다는 것.
또 항상 밝고 몸도 유연해지고 기를 모은 채 생활하기 때문에 병원과 멀어지는 것도 국학기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이다.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해 쓸데없는 걱정이나 생각을 안 하게 돼 삶이 즐거워진다. 특히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까지 거의 온종일 웃거나 웃음을 띠려고 노력하다 보니 표정이 밝아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최명숙 씨는 "평소 가족, 부부 간에 하기 힘든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등의 표현을 그때그때 하게 돼 마찰과 싸움의 빈도와 강도가 크게 줄어든다"며 "남편의 경우 지나치게 신중하고 심각한 성격이어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게 살았는데 국학기공을 한 뒤 늘 웃고 즐겁게 사는 것은 물론 애들을 대할 때도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아빠가 돼 부자관계도 굉장히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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