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포스코 창립일

입력 2012-03-31 07:24:47

"꿈은 영영 멀어진 듯했다.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KISA(대한국제차관단)의 최후통첩을 받고 힘없이 돌아서던 박태준 사장은 마지막 희망을 찾아냈다. '대일청구권자금의 일부로 제철소를 짓자!' 제철소를 지어 부강한 나라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그 돈을 가장 값지게 쓰는 길이라고 믿었다."

포항 포스코 역사관에 쓰여 있는 문구다. 고달프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포스코인들의 꿈은 창대했다. 1968년 영일만의 모래사장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4월 1일로 창립 44주년을 맞는다. 포항시는 포스코 창립을 축하하기 위해 4월 1일부터 7일까지를 '포스코 주간'으로 지정했다.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기업을 위해 기념행사를 벌이는 것은 보기 어려운 일이지만, 포항시로선 너무나 당연하고 떳떳한 일이다. 포항이 이만큼 성장한 데는 포스코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포스코만큼 시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기업도 없다. 일자리 창출과 지방세 납부는 기본이고, 포항시에 지원하는 돈이 엄청나게 많다. 매년 60여억 원에 달하는 국제불꽃축제 비용과 장학금으로 30억~40억 원씩, 각종 문화 강좌'캠프에 수억 원을 내놓고 있다. 도시 기반 사업에 수백억 원씩 지원한 사례도 여럿 있다. 삼성, LG, 현대가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을 위해 그만한 돈을 내놓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들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포스코는 포항시민들에게는 소중한 기업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포스코가 요즘 무척 어렵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고작 3천500억 원 안팎에 그쳤다고 한다. 얼마 전만 해도 한 해 영업이익이 10조 원에 달했던 만큼 그 충격의 강도가 클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포항 지역 경제도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포항시와 시민에 대한 지원도 크게 줄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도 있다. 포스코인들의 열정과 패기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번 위기는 반드시 한 번쯤 거치고 지나가야 할 과정인 것 같기도 하다. 창립 당시 고 박태준 전 회장이 간부회의 자리에서 자주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바닷물에 빠져 죽을 각오로 일을 해." 그런 정신력과 기백만 있으면 위기는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다. 창립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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