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정수성 "스킨십부족 극복", 김석기 "당선되면 복당"

입력 2012-03-30 11:24:05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성동시장에 장을 보러 온 중년 여성도, 기차를 타러 경주역에 나온 20대도, 시내 중심가의 40대 자영업자도 아예 입을 떼려 하지 않았다. 현역 의원과 거물급 무소속'진보 진영 후보가 진검승부를 펼치는 격전지다운 선거 열기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

시민들의 '정치 불신'은 29일 오후 경주역 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수성(66) 후보의 출정식에서 피부로 느껴졌다. 붉은색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로고송과 함께 분위기를 띄우려 애썼지만 모여든 시민은 500명 남짓했다. 역 광장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택시기사 전순화(58) 씨는 "손님들이 정치 이야기는 거의 않는다"며 "어차피 선거 때만 서민들을 아는 체하는 게 아니냐. 누가 당선돼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됐다 기사회생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정 후보는 '박근혜 바람'에 또다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재선거에서도 '친박 무소속'을 내세워 정종복(61) 전 의원을 꺾고 금배지를 달았다. 4성 장군 출신인 정 후보는 "오랜 군 생활 때문에 유권자와의 편안한 스킨십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면서도 "거짓말 않고 열심히 일한다는 인정은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에는 23개 읍'면'동이 있다. 면적이 서울의 2배에 이른다. 그만큼 선거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안강읍 장날 유세에 갔다가 기자회견을 위해 급히 경주시청을 찾은 무소속 김석기(57) 후보의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전날 정종복 후보의 전격 사퇴로 단일화에 성공한 터라 한껏 사기가 오른 모습이었다. 그는 "정종복 후보가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통큰 결단을 내려 캠프 고문으로서 함께하기로 했다"며 "새누리당의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기 위한 경주시민들의 열망에 힘입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수성 의원을 겨냥, "경주 발전의 발목을 붙잡은 정치인에 대한 시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 공천 탈락과 관련, "서울경찰청장 재임 시절의 용산 참사 책임론 때문에 낙천됐지만 납득할 수 없다"며 "당선되면 복당해 정권창출에 반드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역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 유권자는 "무조건 새누리당 소속이 아닌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광춘(42) 후보가 선전을 자신하고 있는 것도 '새누리당 텃밭' 곳곳에 숨어 있는 야당 지지층이 꽤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경주에는 외동'용강공단 등 근로자가 상당히 많아 최소 20%, 최대 36%까지 야권 표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주는 '여론조사의 무덤'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와는 상반된 결과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경북도당 한 관계자는 "15% 정도 앞서는 것으로는 승리를 절대 장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건 경주 민심의 향방은 "진짜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한 유권자의 말로 요약됐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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