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의아름다운골프문화] 복장 규제

입력 2012-03-30 10:40:33

1920년 10월 3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프레아반 컨트리클럽에서 1~3위까지 US오픈 출전권이 주어지는 '클레멘스컵' 대회가 열렸다. 경기 시작 직전, 클럽 이사장인 마이크 도브넨은 1번 홀의 티 그라운드로 빨리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티 그라운드에서는 골프장 근처를 지나가는 철도 '유니온 트레일'의 진(Jean)으로 된 작업복을 입은 남자 3명이 경기위원들과 논쟁 중이었다.

경기위원들은 시합에 나선 세 사람의 복장이 골프에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클럽 이사장에게 출전 허가를 물었던 것이다. 작업복을 입은 한 사람이 따지듯 "진이 어디가 나쁜가요. 골프는 만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야외 스포츠입니다. 복장도 자유로워야 하지 않나요?"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기를 하지 못하고 퇴장당했다. 도브넨 이사장은 그 이유로 골프가 지닌 역사와 전통을 들었다.

"골프는 14세기부터 스코틀랜드의 스튜어트 왕가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던 경기요. 복장 규칙도 왕가의 가훈 제2조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소. 복장은 나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예의요. 만약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와이셔츠, 넥타이, 재킷은 무겁고 괴로운 것에 지나지 않소. 따라서 누구든지 믿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옷차림으로 인생을 보낼 것이오. 클럽은 신사들의 사교장인 만큼 상대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도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하지요. 이는 최소한의 의무요. 예의 바른 것은 골퍼에게 요구되는 자질의 하나요. 말쑥한 옷차림이 내키지 않는다면 골프를 하지 마시오."

이 일은 신문과 잡지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그때까지 애매모호했던 골프의 복장 규정이 통일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골프협회(USGA)는 경기 때에는 옷깃이 있는 셔츠를 입으라는 규정을 마련했다.

당시 골프장에서의 복장을 정리하면 경기 시 상의는 기본적으로 깃이 있고, 여름철에 반소매 셔츠는 괜찮으나 소매가 없는 셔츠는 허용되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는 깃이 안 붙었더라도 목을 가리는 셔츠는 허용 된다. 모자는 장시간 야외에서 노출되는 피부를 위해 쓰는 것이 좋다.

남성이 반바지를 착용할 때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을 신는 것이 예의이며, 여성의 경우에는 노출이 심한 차림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골프의 대중화로 복장 규제는 많이 완화됐다. 청바지를 입고는 클럽하우스조차 입장할 수 없었으나 점점 여성의 경우 민소매가 허용되고, 청바지를 입고 플레이는 할 수 없으나 클럽하우스까지의 출입은 가능해졌다.

이는 시대 상황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지켜야 하는 골프 에티켓이 있다. 에티켓을 지키는 것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의 실현이다. 잘못된 골프 문화의 여과 없는 수용보다는 다수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골프 문화의 정립을 위해 골프인 모두 노력해야 한다.

프로골퍼(비지니스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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