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
김현승 시인이 쓴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시의 후반부에서 시인은 가장 외로운 사람이 아버지라고 말한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점점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은 때때로 아버지들을 가족들과 단절시킨다. 아버지라는 이름표 뒤에 줄줄이 붙어오는 수많은 삶의 의무. 아이의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도 피곤하고 힘든 아버지들의 가슴 깊은 곳에는 자신도 모르는 외로움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아이와의 대화가 힘들다는 아버지들이 있다. 내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알기 위해 다가서는 방법조차 막막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참 가슴이 아프다. 흔히 아버지들은 아버지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감정들을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듯 부모 역시 아이의 거부가 두렵고 아이에게 상처받을 때도 있다는 것을 잊곤 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와의 대화를 포기하며 일상을 지내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훌쩍 커 있다. 그리고 아버지들은 변명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내 아이를 뒤에서 지켜보았다라고.
그러나 지켜보는 것과 방임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모든 것을 엄마들에게 맡겨놓고 아이가 잘 크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채울 수 없는 욕심이나 다름없다. 아버지들 역시 내 아이와 우리 가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은 없다. 그 사람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내 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육아에는 아버지들만의 역할도 존재한다. 부모가 둘이서 나누어 지고 가야 할 짐이 한쪽에게만 쏠리게 된다면 분명히 언젠가는 쓰러지게 된다.
이제는 아버지들도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겁이 나고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가장으로서가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목을 틔워야 한다. 자기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두려움에서, 소통을 해 보려고 하지도 않고 말이 안 통한다며 가족들을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당연히 말이 안 통할 때도 있다. 하지만, 작은 물방울일지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다 보면 결국 돌에 구멍을 뚫게 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으로 부단히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말을 넘어 마음까지 통하는 날이 올 것이다. 꽃샘추위가 슬슬 물러가려 하는 요즈음, 우리네 육아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함께.
김나운<유아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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