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은 현 제도의 추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중에서)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오늘 불어오는 바람은 이미 어제의 바람이 아니다. 시간이란 괴물은 결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책'과 '학교'라는 별로 대립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은 낱말 둘이 아침부터 줄곧 내 안에서 싸운다. 그 둘이 친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까지만 해도 그 둘은 꽤 사이가 좋았다. 둘이 사랑하면 할수록 아이들도 행복했다. 가르치는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교육은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만을 무조건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분명 미래의 주인공이다. 아이들은 현재의 철학과 제도만으로 미래를 살아갈 수 없다. 거기에 '정책'이란 낱말이 지향하는 풍경이 있다.
'정책'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담고 있다. 단순한 지식의 주입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과거에 내가 그렇게 살았으니 너희들도 그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사고는 이제 구태의연하다. 세상의 풍경이 달라졌고 지식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아이들에게 지식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네이버'에 있다고 대답한다. 인터넷에는 매순간 무한한 지식들이 창조되고 정리되어 이동하고 휴대전화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이제 지식은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다닌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현재에 대응하는 방식에만 익숙하다. 특히 수학능력시험으로 대변되는 현재 대학 입시는 예상보다 훨씬 더 그늘이 짙다. 한국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나아가 고등학교로 올라갈 때마다 폭이 좁아진다. 모든 교육이 대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순간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까지 고통스럽게 공부한 학습 내용이 대학에 진학하는 순간 대부분 의미를 잃는다. 더욱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드는 교육비는 엄청나다. 우리나라 교육비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진정한 능력을 키우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앞선 순위를 받는 데 쓰일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지출되지 않는 대학 입학 경쟁 비용으로 한 해 수십조원의 지출이 계속되는 이 바보 같은 일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어느 외국인이 한국의 대학을 방문하고는 두 번 놀랐다. 우선 도서관에 빈자리가 없다는 것과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가 하는 놀람. 또 한 번 놀란 것은 그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책이 대부분 동일하다는 점이었다. 토익이나 토플, 아니면 상식과 관련된 책.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지니고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학은 어렵게 입학한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다. 여전히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계속된다. 결국 많은 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다시 자신의 적성과는 관련이 없는 취업 준비에 매달린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형 수재의 계보가 사실은 바보들의 계보였다고 비판한다. 이유인즉 암기 능력을 측정하고 정답을 찾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일본의 오래된 교육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을 현 제도의 추종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데 있다고 했다. '88만원 세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지금의 청소년, 승자도 패자도 모두 패자가 되는 슬픈 현실. 그 슬픈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바로 당신의 아들이자 딸이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정책'이 진정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그 지점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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