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고품격 나홀로 행진'…소통·연대 통해 소수도 끌어 안아야
"8년 전보다는 진화가 돼야 마땅한데, 우리가 더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는 정체성 논란을 빚는 일은 없었다. 계파성도 없었고 역사상 최초로 돈공천 시비는 완전히 잘랐다."
김문수(60) 경기도지사에게 새누리당 공천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물갈이와 새 인물 영입을 총괄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탄핵 역풍 속에서 121석을 얻는 성과를 내는 역할을 했다.
김 지사는 "많은 사람들이 박 위원장의 대선후보 경선용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공천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간에 '고품격 나홀로 행진'을 해서는 곤란하다"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김 지사와의 인터뷰는 경기도청이 아니라 여의도 국회 앞에 위치한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서울사무소가 국회와 새누리당과 한 발짝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여의도 정치로 복귀하고 싶어하는가를 방증하는 것 같았다.
4'11 총선 후의 대선 일정과 관련, 그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인지,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당선이 안 되는 데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흥행을 위한 구색 갖추기식 경선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의) 대세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회창 대세론 때보다 약하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지사는 영천(영천시 임고면 황강리)에서 태어나 영천초교와 경북중'고를 나왔다. "14대조부터 우리 조상들이 거기서 살았고 부모님 산소도 다 영천에 있다. 대구에는 내 친구들도 많이 있는 내가 진짜 TK인데 (대선후보로서의) 지지도는 영 나오지 않는다"며 대구경북과의 깊은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위원장과의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서 자신에 대한 낮은 지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 있는 발언이었다.
그는 "TK는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다"며 "군사독재정권 타도에 앞장섰던 내가 새누리당에 (1994년) 입당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박 위원장보다 더 고참이 됐을 정도로 세월이 흐르면서 당도 나도 발전하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며 '민주투사' 김문수의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총선이 본격화됐다. 공천을 냉정하게 평가해본다면.
"이제 완전 국민경선,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옮겨가야 할 때가 왔지 않는가. 소수 몇 명이 컷오프(cut off)니 이상한 제도를 내놓고 모든 국회의원이 그 앞에 목을 내놓고 기다리는 이런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한민국만의 진풍경이다. 잘못된 것이다.
유럽 정당에서는 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인재양성 과정과 선택의 룰이 내부에 형성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당 이름도 갑자기 바꾸고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비대위원은 정체성과 맞지 않는 분들이다. 과연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정체성과 비대위원, 공천위원이 맞는가. 난데없이 이 양반들에게 목을 내놓고 엎드리고 있다가 현역의원의 반이 날아갔다.
컷오프가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 이번 공천은 사천이라거나, 총선용 공천인지 대선용 공천인지 경선용 공천인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많다."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17대 총선 때와 비교한다면.
"이번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공천심사위원회에 계파적인 그런 것이 없다고 했는데 한 계파가 독점했다. 독식한 것이다. 아무리 잘해도 한 계파가 다하면 나머지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총선 때문에 잠복해 있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적어도 새누리당+자유선진당+국민생각+시민단체 이 정도 들어가야 대통합을 이뤄서 좌파에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좌파는 연합하고 연대하는데 우파는 각개약진하면서 분열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조금 더 가슴을 열고, 조금 더 몸을 낮추고, 조금 더 간절하게 손을 내밀면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이나 시민단체의 상당한 부분도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동참하고 합쳐질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너무나 고품격으로 나홀로 행진하고 있다'는 자세를 가지고는 선거 때까지 덧셈(정치)이 될 것인가. 정치는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다. 소통과 연대도 없고 소수를 끌어안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없다."
-박 위원장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비대위를 출범시키면서 도와달라고 전화는 왔다. (김 지사의 언급은 그 이상 진정성 있는 끌어안기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박세일 씨는 박 위원장이 17대 때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기고, 정책위의장도 했던 분인데 세종시 문제로 탈당한 것 아니냐. 크게 보면 자신의 계보다. 우파가 선거연합과 합당을 못하더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일반적인 생각은 같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아쉽다. 수도권 선거에서는 1천 표, 몇백 표 차이로 당락이 갈라진다. 연대를 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좌파 과반수를 줘서는 안 된다고 애국적인 호소를 한다면 박 위원장의 손을 뿌리칠 사람은 없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120석 정도 얻으면 선전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금 의석이 공천 탈락 의원들이 탈당하면서 160여 석인데 과반은 얻어야 대승이라고 할 수 있다. 제1당이 된다면 승리라고 보지만 120석을 얻고 승리라고 하면 지나친 자기합리화, 자위행위다. 저는 (새누리당이) 쉽게 제1당을 차지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저쪽에서는 좌파연대를 성사시켰다. 관악을 등에서 분란이 일어났지만 저쪽보다는 우리 쪽이 더 난리가 났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낙관하는데 지금 여론조사는 연령층과 전화표본에서 문제가 있다. 2년 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 20% 이상 이긴다고 했는데 겨우 몇% 차로 신승하지 않았는가.
최근의 여론조사와 민심을 볼 때 그때에 비해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그래도 1당이 된다면 박 위원장의 리더십은 상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할 것인가.
"일단은 당선 안 되는 데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 대통령 후보로, 또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면 출마할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 혼자서 뛰는 구도라서 구색이 안 맞다고 해서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박 위원장이 지금은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대선 승리에 대한) 회의론도 많다. 박 위원장의 당선이 안정적이라면 상대적으로 (경선에) 나갈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 위원장이 지금과 같은 자세를 계속할 때는 희망이 없다. 정세가 간단치 않다. 더 몸을 낮추고 더 문을 활짝 열고 더 뜨겁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나는 이회창 전 총재를 모시고 두 번의 대선을 치렀다. 그때보다 지금의 대세론은 약하다. 박 위원장 스스로 '대변화, 대변신'이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당내 경선'이 문제다. 새누리당은 변화가 잘 안 되는 속성이 있다. 국민보다 새누리당의 변화가 더 어렵다. 굉장히 큰 산을 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라는 산을 넘을 수 있다면 선거는 끝난 것이다."
-제3의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철수 교수는 내용이 새롭다. 젊다. 스마트하다. 다만 대통령 선거라는 것은 세력이 있거나, 조직이 있어야 한다. 나홀로 대통령은 없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 안 교수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가정에 지나지 않지만, 그가 새누리당 손을 잡아서 박근혜 위원장과 경선을 하거나, 저쪽에서도 경선해보자고 해서 정당을 업고 갈 수도 있다. 그래도 그의 약점은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의 문재인 고문도 이번에 총선에 나간다. 선거라도 한 번 해보고 국회의원 한 달이라도 해 본 사람, 정치에 뜻을 두고 정면으로 받아들인 사람과 곁눈질하면서 정치 경험은 없고 이상한 재단을 만들어서 반(半)정치하는 것은 국민들이 평가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에서 우리 쪽이 아니라고 금을 긋고 밀어내고 있는데 안 교수는 오히려 김문수보다 '새누리스럽다', 나보다 돈도 더 많고 집안도 더 좋고 사업가고 제도권 가계 출신에 나보다 더 온건하다."
-야권 후보들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잘 모르겠다. 저 사람들은 매우 다이내믹(역동적)하고 목표지향적이고 전략적 선택을 한다. 야권에서는 크게 보면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 손학규 전 대표, 안철수 교수,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까지 다섯인데 이들이 대선주자군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완전히 1인 독주인데 내가 아무리 해도 잘 안 바뀔 것 같다. 큰 외부적 충격 없이는, 대선주자군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냉정한 대선구도전략이 우리는 없다. 우리 구도는 상당히 취약하다. 내가 못하는 내 몫이라기보다는 당의 체질이다. 박 위원장 측에서는 지금 안전하게 간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적신호가 왔다고 할 것이다."
-경기지사로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이해되는데 로컬 시각에서 보면 서울 집중이 더 심하다. 권력은 물론이고 세원과 세제 등이 국세 중심으로 짜여 있다. 그런 것을 완화해야 지방이 산다. 경기도도 권한은 물론 재원도 부족하고 전부 서울 와서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를 우리는 '2할(20%) 자치'라고 자조적으로 부른다. '4할 자치' 정도는 해야 선진국이 된다.
수도권을 묶어야 지방이 잘산다고 하는데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마련해서 31년 동안 시행하고 있는데 그동안 지방이 좋아진 것이 있는가. 충청남도만 좋아졌을 뿐이다. 지방자치 강화, 지방분권 강화, 이것이 제대로 실현돼야 지방이 좋아질 수 있다.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권한과 재원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을 묶어놓으면 우리가(지방이) 잘살겠지 하는 그런 사례는 역사상 없다.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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