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의 '친한 삼촌'…포항북署 김희종·박정현 형사

입력 2012-03-23 07:53:53

포항북부경찰서 강력2팀 김희종 팀장과 박정현 형사(사진 왼쪽부터)는 학교 폭력 조사 후 가해학생들에게 햄버거를 사주면서 고민상담을 해주고 있다. 신동우기자
포항북부경찰서 강력2팀 김희종 팀장과 박정현 형사(사진 왼쪽부터)는 학교 폭력 조사 후 가해학생들에게 햄버거를 사주면서 고민상담을 해주고 있다. 신동우기자

"비록 수사관과 가해 학생들로 만났지만, 이제는 햄버거를 사 달러며 조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친한 삼촌이 된 기분입니다."

포항북부경찰서 강력2팀 김희종(50'경위) 팀장과 박정현(31'순경) 형사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 사이에서 '햄버거 경찰 아저씨'로 불린다.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가 햄버거를 사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너무 늘어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김 팀장 등과 학생들의 인연은 경찰서 조사실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38명이나 적발됐던 포항 A중학교 학교 폭력사건(본지 2월 22일자 6면 보도)에서 학생들은 가해자로, 김 팀장 등은 수사담당자로 처음 만났다. 당시 단일 학교로는 전국 최다 규모의 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김 팀장 등은 지난달 22일 50만원의 수사지원금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받은 지원금을 함부로 쓰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고 한다.

"보통 수사지원금은 수사과정에서 고생했던 팀원들끼리 회식도 하고, 다음 수사를 준비하는 것에 쓰는 것이 관례였죠. 그런데 경찰서에서 잔뜩 풀이 죽어 있던 아이들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가해 학생 4명을 불러 수사지원금으로 처음 햄버거를 사주기 시작했고, 소문이 퍼지면서 일주일에 2, 3번씩 만나던 학생들의 수는 10여 명까지 계속 늘었다. 생일 등 특별한 날이면 햄버거를 사달라고 졸라대 수사지원금 역시 이달 초 모두 동이 나 이제는 사비를 털어 감당할 지경이다. 이러한 노력 덕에 아이들은 고민이 있을 때마다 먼저 전화를 걸어 고민 상담을 해오기도 한다.

김 팀장은 "아이들을 살펴보면 맞벌이나 결손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에겐 처벌보다는 따뜻한 관심이 먼저 필요했다는 것을 다시 배우고 있다"면서 "매일 전화를 걸어 고민도 들어주고 농담도 하면서 아이들이 서서히 마음을 여는 것을 느낀다. 커서 경찰관이 되겠다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고 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