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의 폐해 재연?'
18일 새누리당의 '늑장 막판 공천' 리스트에 올랐던 전략공천 후보가 애를 먹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를 확답받지 못해 함께 일할 사람, 일할 공간, 숙소 찾기가 빠듯하다는 것.
4년 전 치러진 4'9 총선에서 3월 13일 10차 공천확정자 명단에 오른 홍지만(달서갑) 권용범(달서을)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다가 '박풍'(朴風)에 무너진 전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성급한 예측도 나온다.
대구 중남구에 전략공천된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차관은 발표 직후 남구의 한 호텔에 방을 잡았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가 김 전 차관을 놓고 서구, 동구, 중남구를 넘나들며 퍼즐을 맞췄기 때문인데 이 호텔은 같은 지역구의 예비후보 소유였다. 잠깐이지만 적진(敵陣)에 터를 잡게 되자 주위에서는 "그만큼 지역 사정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선거를 꼭 3주 남겨둔 21일 남구 봉덕동 선거사무소에 전화기 등 집기가 들어올 만큼 급히 전투모드를 갖추고 있다.
이 지역은 현역 의원인 배영식 후보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된 것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고, '왕차관'이라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김 전 차관에 훨씬 앞서 지역을 다진 탓에 조직 물려받기 등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남구청장을 지낸 이재용 무소속 후보의 지역기반도 탄탄해 선거구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을 위한 국토계획 전문가의 전략공천이라고 봐줬으면 한다"며 "당의 지시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고 앞으로 지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역 발전을 돕겠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왜 낙하산으로 왔느냐"는 지역 구의원 등과도 만나 조율의 시간을 가졌다. 대구 북갑 지역 예비후보였던 류길호 씨가 김 전 차관 공보 담당을 맡았다.
대구 북갑 새누리당 후보인 권은희 헤리트 대표이사 역시 심각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선거를 치러본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지금으로선 아킬레스건이다.
같은 지역 예비후보였던 이달희 전 대구시당 사무처장의 사무실을 쓰려 했으나 건물주의 반대로 다른 곳을 급히 물색하고 있다. 이곳은 이명규 의원이 무소속 출마 선언을 저울질하고 있어 "권 후보로서는 맨땅에 헤딩하는 격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3선 구청장에 재선 국회의원인 이 의원은 권 후보가 지역 기반이 없는 낙하산 공천이라고 당에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홍'권 후보와 유재한(달서병) 후보가 늑장 공천으로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펼치지 못해 낙선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올해도 같은 과정이 반복됐고 같은 어려움에 처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오만함이 같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같은 방식으로 대구 동갑에 전략공천된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고교 동기 동창으로 현역 국회의원인 주성영 의원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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