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있는 고양이에 또 생선 맡긴 영덕 북부수협

입력 2012-03-20 10:59:20

사진설명=영덕 북부수협은 냉동창고에서 출고지시서 없이 수억원대의 수산물이 빠져나갔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승혁기자
사진설명=영덕 북부수협은 냉동창고에서 출고지시서 없이 수억원대의 수산물이 빠져나갔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승혁기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죠."

영덕 북부수협 조합장은 내부 직원이 수억원대의 수산물을 업자에게 몰래 빼돌린 것을 적발, 20일 영덕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영덕 북부수협 A(52) 과장과 B(31) 씨는 올 1월부터 최근까지 냉동공장에 보관돼 있던 마른 오징어 30㎏들이 224자루(시가 4억7천만원 상당)를 포항에서 유통업을 하는 C(64) 씨 부자에게 11차례에 걸쳐 돈을 받지 않은 채 넘겼다.

C씨 부자는 당초 577자루에 달하는 오징어를 수협 냉장고에 보관한 뒤 이를 담보로 수협에서 7억8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이들은 대출받은 금액을 상환한 만큼에 해당하는 물품만 냉동창고에서 가져올 수 있었지만, 문제의 수협 직원들은 규정을 무시한 채 수억원 상당의 오징어를 몰래 내줬다는 것.

수협 규정에 의하면 '유통업자들이 대출금을 갚았다'는 내용의 출고지시서를 냉동공장에 보내면 물량이 나가게 돼 있다. 하지만 A와 B씨는 당장 재고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출고지시서 없이 C씨에게 그냥 물건을 내준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수협 직원들과 유통업자 사이에 뇌물 등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북부수협 조합장은 "이달 중순 냉동창고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바뀌어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재고가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내부적으로도 손실자금 회수와 업자 간 유착관계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4, 5년 전 A씨가 같은 수법으로 냉동수산물을 임의 반출했다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문제가 있었던 직원을 인사조치 없이 같은 부서에 근무하게 한 것 자체가 수협의 관리감독 부재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덕'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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