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권기철의 '무탄트'

입력 2012-03-20 07:54:59

호주 원주민의 삶 바라보는 몸짓 언어

권기철은 춤을 추듯 지휘를 하듯 다양한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한바탕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그 자신의 몸짓언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신작인 '무탄트'는 한여름 풍성하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으로 차가운 바람과 대면하듯 진솔한 몸짓을 드러낸다. 마치 화려한 색들이 모두 하나로 섞여 몸이 붓인 듯 한바탕 휘몰아친 흔적에는 그가 보고 듣고 느꼈을 무수한 색의 깊이가 들어있다.

'무탄트'는 호주 원주민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선이다. 작가의 시선에는 공연이 끝나고 난 후의 텅 빈 무대와 손님들로 북적이던 잔치 뒤에 남은 흔적이 겹쳐 있다. 이것은 권기철의 작품들 가운데 음악적 모티브의 초기의 그림과 조우하면서 최근까지 해오던 색을 배제한, 아마도 형상과 색 모두를 품은 채 기억을 풀어내는 몸짓언어일 것이다. 권기철의 몸짓언어는 심연에 잠재된 무의식의 층에서 길어 올린 몸과 기억이 하나인 감각의 알레고리이다. 그것은 일상과 여행에 대한 기억을 저장한 몸이 감각의 회로를 통해 삶과 예술을 결합해 몸짓언어를 통해 풀어내는 존재방식이자 창작의 의미일 것이다

삶과 예술은 들숨과 날숨처럼 하나의 호흡 속에 있다. 권기철은 삶의 여정에서 느끼는 오만가지의 풍경을 몸짓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그가 보고 듣고 느낀 삶의 무게와 깊이를 한 동작 한 호흡으로 몸이 붓인 듯 풀어가는 몸짓 언어다.

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펄 대표>

▶'무탄트',162×384㎝, 한지 위에 혼합재료, 2012. 30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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