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 야구교실, 단체 응원도
열넷 기현(중2)이는 온종일 말문을 닫고 산다. 공부만 하라는 부모의 성화에 학교와 학원을 가지만 웃을 일이 좀체 없다. 대신 걱정만 태산 같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왕따(집단 따돌림)를 당하지나 않을까? 공부를 잘하지도, 변변한 취미도 특기도 없는 그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새 학기 들어 낯설어진 환경은 그를 더욱 의기소침하게 한다. '학교폭력' 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길거리에서 무리 짓거나 덩치 크고 험상궂게 생긴 또래가 지나갈 땐 고개부터 떨어뜨리는 습관이 생겼다. 부모의 잔소리와 또래들의 낯선 시선을 피하는 유일한 창구는 게임이다. 모니터 속에 비친 세상엔 간섭이 없다. 재미있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으니 시간을 때우는 데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현이처럼 공부와 폭력에 시달리는 중학생들을 위해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시교육청, 매일신문사가 손을 맞잡는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자살 사건을 교훈 삼아 삼성 등 세 단체는 20일 오전 11시 대구시교육청에서 상호협력 협약(MOU)을 체결하고, 청소년의 삶을 기름지게 할 프로젝트 '야구는 내 친구'를 연중 펴기로 했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안타까운 죽음으로 몰고 간 학교폭력을 뿌리 뽑자는 취지다.
'야구는 내 친구' 프로젝트는 입시 스트레스와 폭력, 외톨이화되어 가는 청소년들을 운동장으로 나오게 해 인기 스포츠인 야구로 청소년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고, 건전한 스포츠 문화 확산, 밝고 활기찬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관왕을 달성하며 야구 명가로 우뚝 선 대구 연고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코치와 선수들의 재능기부와 훈련용품 지원에 나서고, 매일신문사와 대구시교육청은 많은 학생의 참여와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기 위해 각종 지원에 나선다.
4월부터 매주 토요일에는 경북고'상원고'대구고 야구장 등에서 '야구 교실'이 열린다. 야구교실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우용득, 권영호, 이선희 스카우트가 직접 나서 학생들에게 야구 지도를 한다.
학교 체육시간을 활용한 야구 수업도 실시된다. 여기에는 삼성 2군 선수들이 참여, 학교를 방문해 기술지도와 미니경기 등을 통해 야구가 갖는 스포츠정신을 심어주고 건강을 다지도록 돕는다.
또 삼성 라이온즈의 홈경기가 열리는 토요일에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야구장을 찾아 힘찬 응원으로 서로의 벽을 허무는 시간을 갖는다.
삼성의 홈경기가 있는 날, 담임교사와 학생이 단체관람을 하는 '선생님과 함께 야구장으로'는 신나는 응원을 통해 학교폭력으로 생긴 교사와 학생 간의 불신감을 허물고 소통과 우정을 쌓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스포츠 활동의 기회를 줌으로써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촉발된 청소년 폭력과 생명윤리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자는 지역 여론에 따라 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며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의 건강과 인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후 처벌이 아닌 예방이 먼저라는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이 캠페인이 작은 불씨가 되어 전국으로 번질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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