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친박 구제'의 결정판
뒤죽박죽이었다.
9차 공천자 발표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3시 30분부터 밤 늦게까지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보름여를 질질 끌어오던 대구지역 공천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결론이 쉽게 나지는 않았다.
몇 번씩 유력공천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계속됐다. ▷개혁 ▷인적 쇄신 ▷도덕성 등의 원칙이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눈높이 공천이라는 명분따위는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간간이 흘러나오던 공천위 내부 분위기가 이날만큼은 외부로 새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입단속에 신경을 썼다는 반증이다.
이한구(대구 수성갑),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된 상태에서 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의 재공천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전략지역의 배영식(대구 중남구), 이명규(대구 북구갑) 의원의 구제 여부도 관심을 모았지만 친박계 핵심부의 강력한 구명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서 의원은 기사회생했다. 친이와 친박계간 형평성과 지역 여론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선별구제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친이(친이명박) 및 비박(비(非)박근혜)계 배제와 친박계 후보 심기'라는 프레임에 따라 배'이 의원은 재공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3명의 현역의원 재공천이 확정되면서 대구 중남구와 북구갑, 동구갑 등 3곳의 전략지역에 대한 돌려막기는 어렵지 않았다.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과 김희국 전 국토부 차관을 각각 북구갑과 중남구에 이동배치시키자 남은 곳은 동구갑이었다. 친박계 비선 라인이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한재숙 전 위덕대총장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외부공천위원들의 강한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 한 전 총장 카드 대신 권은희 헤리트 대표가 여성몫으로 대체됐다.
'돌려막기의 종결판'은 다음 날 벌어졌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발표한 공천자 명단에서 동구갑에 류 전 차관이 배치되고 권 대표가 느닷없이 북구갑 공천자로 뒤바뀐 것이다. 동구갑의 주성영 의원과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전 최고위원이 동구갑 공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자 류 전 차관과 권 대표를 맞바꾼 것이다. 수성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공천 탈락될 위기에 처한 권 대표는 하룻밤 사이에 수성갑에서 동구갑과 북구갑 등 3개 지역구를 오가면서 마지막 공천장을 받는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도덕성 논란 끝에 공천자를 교체하게 된 경주와 고령성주칠곡의 사정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공천위는 금품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손동진 예비후보에 대한 공천을 보류시켜 놓고도 일주일 이상 공천자를 교체하지 못했다. 이날 공천위 주변에서는 정수성 의원이 확정됐다는 소문이 미리 나돌았다. 친박 성향 손 후보의 대안으로 친박계 인사를 찾았지만 여의치 못하자 친박계인 정 의원을 다시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다른 지역에서 현역의원을 재공천한 경우는 서울에서 유일호 의원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과 지역정서를 고려치 않은 '친박 챙기기'의 극치라는 평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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