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원 대신 체육관으로… 대구 수성중 스포츠클럽

입력 2012-03-19 07:53:14

맘껏 뛰어놀아야 공부도 '쑥쑥'

지난해 아마추어 학생 대회인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드민턴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수성중 배드민턴반 학생들이 방과 후 담당 교사와 함께 배드민턴을 배우며 즐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해 아마추어 학생 대회인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드민턴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수성중 배드민턴반 학생들이 방과 후 담당 교사와 함께 배드민턴을 배우며 즐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축구, 농구반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으로 각각 축구와 농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일권기자
축구, 농구반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으로 각각 축구와 농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일권기자

14일 오후 대구 수성중학교. 하교하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배드민턴 라켓을 든 학생들이 하나 둘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운동장도 축구공을 들고 나타난 학생들에게 점령당했고, 농구 코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참가하는 학생들로, 정규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즐거운 표정으로 학교스포츠클럽(방과 후 학교) 활동에 녹아들었다.

순수 아마추어 교내 스포츠 동아리 활동인 학교스포츠클럽은 전국의 학교에서 모두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수성중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해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드민턴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스포츠클럽 활동을 포함해 방과 후 학교 운영을 잘하는 우수학교로 선정돼 표창을 받는 등 전국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성중이 시행하고 있는 학교스포츠클럽 종목은 배드민턴과 축구, 농구 등 세 종목으로, 정규수업이 6교시로 끝나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이 중 수성중이 자랑하는 종목은 전국 최강의 배드민턴이다. 수성중은 2010년 대구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배드민턴대회에서 우승해 대구 대표로 전국 대회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도 대구에서 우승한 뒤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드민턴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수성중의 '최강' 실력은 배드민턴부가 있는 파동초교 출신들이 많아 배드민턴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교 강당에 배드민턴 시설(네트 6개)이 잘 갖춰져 있어 학생들이 틈나는 대로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는 영향도 크다. 실제 스포츠클럽 배드민턴반 학생들은 매일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배드민턴을 즐기고, 6교시로 수업이 끝나는 월'수요일에도 방과 후 학교 시간을 활용, 1시간 정도 스포츠클럽 활동을 한다. 이뿐 아니라 토요일에도 토요 방과 후 학교 활동으로 2시간 정도 배드민턴을 친다.

수성중은 지난해 전국대회 준우승 주축 선수들이 상당수 남아 있기 때문에 올해는 우승을 자신하고 있다. 수성중은 '쌍두마차' 최은수'김예원(이상 3년) 양이 각 단식과 복식에서 3경기를 이겨주면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양은 "초교 5년 때 배드민턴을 취미로 하시던 어머니를 따라다니다 라켓을 잡게 됐는데 해보니 너무 재밌어 흠뻑 빠져들게 됐다"며 "배드민턴은 온몸을 사용하는 운동인데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배드민턴 예찬론을 폈다.

배드민턴반을 담당하는 정상욱 체육 교사는 "학생들이 마지못해 하면 교사도 하기 싫겠지만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며 즐기니 교사들도 즐겁게, 기꺼이 하고 있다"며 "스포츠클럽 활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신청자가 엄청 몰려 선발해야 했고, 학원 시간까지 바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축구와 농구도 배드민턴과 마찬가지로 월'수요일 방과 후 학교 시간을 활용해 매주 두 차례 활동하는데, 축구의 경우 이와 별도로 올해부터 매주 토요일 '토요 스포츠 데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토요 축구리그를 펼치고 있다. 학년별로 남학생반만 참가해 매주 3경기씩 반별 리그전을 펼쳐 주말 성적을 집계, 가을에 학년별 왕중왕을 선정하게 된다. 여자반은 축구 대신 피구를 하며 같은 방법으로 최종 우승반을 가린다. 축구와 농구는 현재 별도로 대회엔 출전하지는 않고 방과 후 학교 활동으로 즐기는 수준이다.

이처럼 수성중이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한발 앞서 있는 것은 체육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포츠클럽 활동을 적극 권장,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동참한 뒤 2010년부터 이를 활성화 시킨 수성중은 실제 교육복지 우선사업 예산 책정 시 스포츠클럽 활동에 비중을 둬 예산을 편성하고, 간식이나 식사 지원 등 사소한 것까지 챙기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황병식 수성중 교장은 "사실 현재 학교스포츠클럽이란 용어 정리가 잘 안 돼 정의가 모호하다. 스포츠 동아리 활동, 방과 후 학교 모두 학교스포츠 활동으로 볼 수 있고, 최근 1, 2시간씩 늘어난 정규 체육 수업도 스포츠클럽이라 부른다"며 "용어가 어떻게 됐든 중요한 것은 공부 스트레스가 심한 청소년기에, 수업 결손 없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교내 스포츠 활동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서 순화를 통한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대한 학생 및 교사들의 반응도 뜨겁다. 현재 배드민턴, 축구, 농구반의 정원이 각각 27명, 30명, 27명이지만 신청자가 각 정원의 배 이상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나준한(3년) 군은 "지난해부터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축구를 하게 됐는데 친구들과 그냥 공을 찰 때와는 달리 축구 규칙과 기술 등을 더 많이 배울 수 있어 실력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무엇보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 체육 시간이면서도 신나게 축구만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좋아했다.

강병철(3학년) 군은 "같은 반 친구들과 계속 하다 보니 팀워크도 좋아졌다"며 "특히 토요 축구리그에서 반 이름을 걸고 축구를 하다 보니 목표의식이 생겨 더욱 재미있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방과 후나 토요일에 쉬지 못해 귀찮은 것이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인데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더 신바람이 난다는 것. 이진희 체육부장은 "운동장과 체육 교사가 한정돼 있는데 반해 신청자는 너무 많이 몰려 신청자를 추려 정원 내로 맞추는 게 힘들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매주 토요일 나와야 하는 교사 입장에선 정말 싫고 귀찮고 힘들지만 토요 축구리그를 운영해보니 학생들이 너무 좋아해 사명감과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