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通] "야구는 내 운명"…40년 야구사랑 손재호씨

입력 2012-03-17 07:53:18

㈜신일·㈜아발론교육 전무

40년 동안 야구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손재호 씨가 삼성과 SK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기념 야구공으로 하트 모양을 해 보이고 있다.
40년 동안 야구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손재호 씨가 삼성과 SK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기념 야구공으로 하트 모양을 해 보이고 있다.
'야구는 내 운명'. 야구가 좋아서 사업을 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는 손재호 씨.

인터뷰이가 되레 인터뷰어(기자)에게 앉자마자 퀴즈를 냈다. Q>구기종목 중 사람이 들어와야 득점이 되는 유일한 종목은? 정답은 당연히 야구(野球). 답은 맞추기 쉽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구기종목은 없나? 아하! 그렇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이 야구광 인터뷰이는 "야구라는 운동이 오묘하고, 재미있다"며 "9회까지 하는데 득점할 기회가 3, 4번 정도 오는데 그것은 대체로 1번 타자로부터 시작할 때 가능성이 커진다"며 "우리의 삶을 보면, 야구에서 배울 것들이 많다"고 야구 예찬론을 펼쳤다.

야구광의 40년 야구 철학이 담겨 있었다. 이번 주 주인공은 손재호(54) 씨(㈜신일'㈜아발론교육 전무)다. 야구와 무관한 토목'건설과 교육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의 진정한 열정은 야구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대구의 야구발전을 이끈 숨은 조력자로 통한다. 40년 동안 그가 야구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일들은 대부분 묻혀 있다. 하지만 대구 야구계 인사들은 손재호의 야구사랑을 잘 알고 있다. 손 씨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겠네요"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다 알고 가세요. 부끄럽지만 제 매력도 발산합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달 13일 점심식사를 겸해 3시간 동안 야구광 손재호 씨의 야구에 대한 무한 열정을 엿봤다. 친근감을 주기 위해 이름에 호칭이나 직함은 생략한다.

◆대구 야구의 숨은 조력자

손재호의 인생을 잠시 살펴본다. 경북 의성에서 사업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대구에서 동인초등학교-대구 중앙중학교-대구고를 졸업했다. 대학은 두 곳(계명대 경영학과'경일대 토목공학과)을 다녔다. 학업을 마친 뒤 토목'건설'교육에 이어 최근에는 LED사업까지 손을 대고 있다. 이 사나이는 중앙중학교 재학 때 야구선수들의 찰그락 찰그락 거리는 쇠 스파이크 소리에 매료돼 야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고3 시절 대구고에 야구단이 창단되자 야구 도우미를 자처하며 인생의 많은 부분을 야구에 던졌다.

"고교 3학년 전까지 공부도 잘했습니다. 특설반(60명) 실장을 했는데 공부보다는 야구부를 돕는 일이 좋았습니다. 운동장에서 볼보이 역할도 하고, 숙소에서 선수들에게 라면도 끓여주고, 또 야구공을 바늘로 기워 수선해주는 등 야구부의 궂은 일을 자처했습니다. 공부 대신 야구사랑을 택한 덕분에 대학도 삼수 끝에 입학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가업을 이어받기 전에 '다른 회사에서 10년간 일하라'는 집안의 지침을 받아들여야 했다. 서울에 있는 속옷 회사인 ㈜신영 와코루에서 9년 8개월 동안 일하고 대구로 돌아왔다. 고향에 온 그는 또 병적인 야구사랑이 발동했다. 야구부 창단 이후 침체기(2무18패)를 겪고 있던 대구고를 제2 전성기로 이끈 것. 모교에 찾아가 야구부 후원자 및 스카우트 역할을 자처한 그는 대구고 야구부의 숙소, 주방, 웨이트 트레이닝장 등을 최신 시설로 교체하고, 박석민(삼성 라이온즈)'손승락(넥센 히어로즈) 등 실력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물귀신 작전, 부모 회유책, 미래보장 당근책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유망주 선수들을 데려왔다. 결과는 그해 바로 나타났다. 1학년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당시 대구의 양대 산맥이었던 경북고'대구상고(현 상원고)를 꺾고 대구 최강 고교로 우뚝 선 것이다. 이뿐 아니라 전국대회 우승 6회 등 야구 명문고로 그 명성을 2000년대에도 이어가고 있다. 대구고가 제2 전성기를 맞게 된 데는 '손재호'의 역할도 컸다는 것을 구수갑 전 대구시야구협회장, 손경호 경상중 야구부 감독 등 지역 야구인들은 동의하고 있다.

◆못 말리는 야구 본능, '이렇게'

손재호는 지난겨울 대구의 한 사우나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을 만났다. 욕탕에서 그는 류 감독에게 삼성 선수들에게 영어회화를 공부하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류 감독은 쿨 하게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겨울 해외 전지훈련에 나가기 전 모든 선수들에게 영어회화 책 하나를 들고 오라고 지시했다. 류 감독은 언론을 통해서도 "통역이 있지만 토종 선수들이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아야 용병과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또 훗날 해외 진출을 하거나 지도자가 되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의 채태인 선수는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동계 훈련에서 영어회화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손재호의 야구사랑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직접 사인한 배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손재호는 야구 유망주들에게 3년째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비용으로 치면 3억원 정도다. 영어전문학원의 전무을 맡고 있는 만큼 그는 경상중학교 야구부 선수들을 위해 영어를 가르치는 '아이 러브 베이스볼'(I Love Baseball)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해오고 있다. 손경호 경상중 야구부 감독은 "매주 수요일 2시간 정도 외국인 및 국내 영어강사로부터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3년째 하다 보니 이제 선수들은 자기소개뿐 아니라 기본적인 대화를 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랐다"고 만족했다.

본인이 이렇다 보니 자식에게도 야구사랑 유전자가 영향을 미쳤다. 큰아들 상혁(19) 군이 경신고에서도 전교 최상위권에 속하는 성적이었지만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 진학했다. 상혁 군은 학창시절부터 부친을 따라 삼성 라이온즈 야구 점퍼를 입고 다녔고 세뱃돈이나 용돈으로 난치병 학생돕기 성금을 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는 학교에서 받은 성적 장학금 280만원을 다시 학교에 기부했다.

그는 야구 선수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야구 선수들은 학창시절부터 특혜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큰 운동장을 독차지하며, 온갖 혜택을 다 누립니다. 심지어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국위선양을 하면 병역면제 혜택까지 누립니다. 한 해 연봉이 수억원이 되는 선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도와줬는지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야구선수는 진정한 야구인이 아닙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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