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꽃은 누구를 위해 피나

입력 2012-03-16 10:53:26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대구 공천 방향에 대한 말이 많다. 선거구가 12곳인 대구의 공천 경쟁률은 6.6대 1이었다. 몇몇 현 의원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지역구를 옮겼고, 신진과의 경쟁 끝에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도 있다. 공천 과정을 문제 삼아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직 최종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현역 의원 교체율이 6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현역 의원 공천 탈락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국민의 개혁 요구가 거셌고, 이를 당 지도부가 반영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탈락한 후보들이다. 모두 79명이 지원했으니 최소한 67명은 탈락하는 셈이다. 만약 당이 공천 신청과 관계없이 다른 인물을 공천한다면 탈락자는 더 늘게 된다. 어쩌면 정말 아까운 인재가 기회를 잡지 못해 사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번뿐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대구, 혹은 지역을 책임지겠다는 인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놀랍다. 집권당의 텃밭에서 많은 강자와의 경쟁을 무릅쓰고 공천을 신청할 정도라면 그 경륜과 학식, 덕망이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선승(禪僧)의 일화와 법문을 엮은 벽암록(碧巖錄)에 중국 당나라의 설봉(雪峰'822∼903) 스님의 선시(禪詩)가 전한다. 그중 '백화춘지위수개'(百花春至爲誰開)라는 구절이 있다. 직역하면 '봄날의 온갖 꽃은 누구를 위해 피는가?'라는 말이다. '우주 만물 하나하나가 모두 지극한 도(道)의 자기표현'이라는 어마어마한 득도의 경지를 읊은 것이다.

원래의 뜻을 좁혀 이번 선거 공천 경쟁에 뛰어든 후보에게 원용하고 싶다. 어차피 핀 꽃이라면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지역에서 할 역할이 많을 것이다. 변혁의 바람에 휩쓸려 도매금으로 탈락했든, 아직 때가 아니어서 기회를 못 잡았든 이들은 모두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다.

한 번의 실패에 낙망할 필요는 없다. 선거 때만 보이는 철새가 아니라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에서 '봄날에 핀 꽃'처럼 스스로 성가를 높여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라는 성경 구절처럼 4년 뒤에는 정당 공천에 목매지 않아도 국민이 선택할 것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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