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찾기 달인 "애타는 혈육의 정 두고 볼 수 없죠"
"해외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매년 수백 명씩 모국을 찾습니다. 하지만 전담 창구가 없어서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33년간 경찰에 몸담았다가 2007년 퇴임한 후 해외 입양인들에게 혈육을 찾아주는 봉사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대구에 사는 권태일(62) 씨다. 해외 입양인들의 부모를 찾아준 사례만 10년 동안 무려 500건이 넘는다. 입양인 가족 찾기에서 '달인'으로 통한다.
지금도 네덜란드에 사는 서울 출신의 30대 여성이 가족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한창 수소문 중이다. 부모 이름과 나이는 알지만 너무 흔해서 쉽지 않다. 그 여성이 5월 중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에 권 씨는 마음이 급하다.
"한 해 버려지는 아이만 1만 명이 넘어요. 국내 입양은 2천 명을 밑돌고 해외 입양이 무려 90% 이상입니다. 해외 입양인 수가 16만 명을 넘다 보니 뿌리 찾기가 한창입니다."
권 씨의 가족 찾아주기는 2003년 대구 서부경찰서에 근무할 때 미국에 입양된 쌍둥이 자매의 사연을 듣고 어렵사리 가족 상봉을 성사시킨 뒤부터 시작됐다. 이듬해 미국 워싱턴 주지사로부터 감사증서까지 받았다. 이를 계기로 입양인 가족 찾기 요청이 폭증했다.
"퇴임하면서 일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애타는 혈육의 정이 떠올라 저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1990년 이전 해외 입양인들은 대부분 실명 확인도 없이 입양이 이뤄져 가족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입양인 이름, 가족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정보를 조합해 전산망에서 압축해내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경찰 근무 33년 동안 수사업무만 담당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2010년 2월 네덜란드 변호사로 있는 한 여성 입양인이 가족을 못 찾아 애를 태웠습니다. 부모가 서구 중리동에 사는 것을 확인하고 일주일 만에 만나게 해줬죠. 이듬해 네덜란드의 한국계 입양인 남성과 대구에서 결혼식도 올렸습니다. 저도 참석했는데 가슴이 찡했어요."
입양기관들은 해외 입양인 혈육 찾기에서 성과를 못 거두고 있다. 한국총영사관, 외교통상부 등을 거쳐도 3년 이상 걸리고 찾는다는 보장도 없다. 전담 관리부서가 필요한 이유다.
가족을 찾고도 부모가 상봉을 거부할 수도 있다. 권 씨는 이럴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지금도 연간 10건 이상 가족 찾기를 성사시킨다. 권 씨는 대구 성당중학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배움터 지킴이' 봉사도 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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