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한의학] 아이 식욕부진

입력 2012-03-12 07:19:38

밥 안 먹는 아이일수록 밤 10시 전 일찍 재워야 소화기 발달

소음인 체질이거나 천성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아이들은 소화기능이 떨어져 입맛이 없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소음인 체질이거나 천성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아이들은 소화기능이 떨어져 입맛이 없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한 주부가 5살 난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밥 먹을 때마다 전쟁을 치른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침을 차려주면 배가 아프다고 안 먹으려고 하고, 점심이나 저녁 때에도 숟가락만 물고 있을 뿐입니다. 밥 한 공기 제대로 먹여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자꾸 우유나 주스 등 마실 거리만 찾습니다." 주부는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었다.

아이는 창백한 얼굴, 왜소한 체격, 눈 밑에 드러난 다크서클 등 한의원에 진맥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어린이의 대표적 증상을 갖고 있었다. 흔히 한방에서 소음인이라 부르는 체질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체질이 달라도 천성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어린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증상이다. '비위'라 부르는 소화기가 약한 어린이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아이들은 간에서 담즙 생성이 부족해 기름진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고 입맛이 없으며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며 구토를 잘 한다.

위장뿐 아니라 턱과 식도 근육도 약하기 때문에 씹고 삼키는 것을 힘들어하고 자꾸 마시는 것만 찾는다. 체력이 약해서 쉽게 피로를 느끼고 잘 때 땀을 많이 흘리면서 추위와 더위를 잘 탄다. 멀미도 많이 해서 차만 타면 자거나 토한다.

허약한 어린이들에게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증상이다. 다행히 효과가 검증된 처방도 많고, 치료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한의원에서 이중탕, 향사양위탕, 인삼양영탕, 반하사심탕 등 아이의 몸 상태에 가장 적합한 약제를 복용시키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타고난 허약 체질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보통 1, 2년 정도 2개월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복용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운동을 주기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지속했을 때 운동효과가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볼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첫째, 간식과 우유를 포함한 음료수 섭취량을 적절히 줄여야 한다. 위가 약한 어린이들은 간식과 음료수만으로도 소화기가 지쳐서 음식 섭취를 방해한다. 둘째, 따뜻하고 기름기가 적은 음식 위주로 종류를 자주 바꿔주고 즐거운 식사자리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식사를 했을 때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셋째, 소화기 기능을 약하게 하는 찬 음식, 인스턴트 음식, 기름진 음식의 섭취를 피한다. 넷째, 일찍 최소한 밤 10시 전에 잠들어야 소화기능을 조절하는 부교감신경이 튼튼해진다. 다섯째, 즐겁게 많이 뛰어놀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소화기능을 떨어뜨린다.

대구시한의사회 홍보이사 권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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