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4년이 지났을 뿐인데…."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와 현재, 그에 대한 평가는 천양지차다.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당선 직후 포항에서 대통령 욕을 하다 걸리면 멱살잡이를 당하는 것은 물론, 몰매를 맞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포항시민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와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금은 어떠할까. 선술집에서 만난 사람도, 택시 기사도, 시장 상인도 대통령을 비난하기 일쑤다. 오히려 남이 들으라고 하는 듯 목청 높여 욕하는 이도 적지 않다. "MB가 해준 게 뭐 있느냐"고 한다. 대통령 입장에서야 다른 지역에서 욕먹고 손가락질받는 것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고향에서까지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면 정말 서글플 것이다.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동네북' 신세가 돼 있는데, 앞으로 더한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MB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 자신의 치적에 의해 얻은 것이지만, 인간적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권력만큼 덧없는 것이 없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남구 해도동에 있는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늘 문전성시였다. 그가 포항에 내려오는 날이면 고급 승용차들이 손바닥만 한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도로 가까지 늘어섰다고 한다. '실세 중의 실세'라는 이상득 의원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면담 약속을 하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얼굴 한 번 봤다는 것 자체에 감지덕지했다. 지난해 말 기자가 그를 만나러 갔을 때 벌써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사무실은 썰렁했다. 그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인심을 탓해야 할까, 그를 탓해야 할까.
며칠 전에는 사무실 당직자들이 하루 종일 문을 닫고 사라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새누리당 공천자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다.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득 의원 곁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는 측근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제 측근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그가 포항에서 6선을 하면서 24년간 닦아온 흔적들도 사라질 것이다. 여기에서 누구의 잘잘못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 권력무상(權力無常)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볼 뿐이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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