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과 이석증

입력 2012-03-08 14:27:11

어지럽다고요? 그렇다면 귓속부터 살펴보세요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경험하게 되는 어지럼증. 어지럼증은 왜 생기는 걸까? 어지럼증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자동차에 비유해 봤다. 자동차는 인체와 아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차의 앞부분인 보닛은 우리 몸의 머리 부분, 차체는 몸통에 해당할 것이고 앞바퀴는 팔이나 손, 뒷바퀴는 다리나 발에 비유할 수 있다. 차가 달릴 때 바퀴의 방향과 각도를 조절하는 휠얼라인먼트가 있는데 이것은 인체로 말하면 귓속 세반고리관에 해당한다. 알기 쉽게 이해하려면 3개의 반고리관, 즉 세반고리관을 그냥 바퀴에 비유해도 무난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각각 3개의 바퀴를 가진 자동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지럼증 원인 대부분 귓속 이상

자동차 보닛 안에 들어 있는 연료펌프와 엔진은 인체로 말하면 심장과 뇌라고 할 수 있다. 뇌나 심장이 그 중요성 때문에 두개골과 가슴뼈로 보호되듯이 엔진이나 연료펌프도 두꺼운 철판인 보닛 안에 들어가 있다. 사람이 다리로 걷듯이 자동차도 원래 후륜구동이 기본적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인체와 달리 두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생식기와 소화기가 없다는 점이다. 생식기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고 소화기가 없다는 말은 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소화기인 위와 장은 우리가 먹은 영양소가 혈관으로 잘 흡수되도록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이미 잘 만들어진 영양소, 즉 휘발유를 주유구(혈관)로 바로 투입하기 때문에 소화기가 있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자동차의 머플러는 항문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는 사람의 입에 해당한다.

우리 몸은 혈관으로 흡수된 영양소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좋은 산소와 만나 심장에서 펌핑을 통해 전신으로 공급되듯이 자동차 또한 에어필터를 통해 들어온 정제된 공기와 휘발유가 만나 연료펌프에서 폭발해 동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차 수명이 오래 가려면 적당하게 몰고 적당하게 휴식하고 관리해야 하듯 사람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좋은 공기와 음식, 적당한 운동과 휴식이 필요하다.

자동차가 균형을 잃고 팽 돌거나 한쪽으로 쏠리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면 엔진 이상을 의심할 수도 있고, 타이어 펑크, 베어링 문제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주위가 빙빙 돌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는 증상이 있는데 이를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바퀴에 해당하는 세반고리관에 이상이 있을 때는 빙빙 돌면서 심한 구토증세를 보인다. 뇌 이상으로 오는 어지럼증은 빙글빙글 도는 증상보다는 비틀거리는 증상, 불안정감, 약간의 메스꺼운 증상만 나타난다. 실제 어지럼증은 다행히도 귓속 세반고리관 이상으로 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뇌 이상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즉 엔진 이상보다는 타이어나 베어링 이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뇌 이상으로 오는 경우(주로 뇌졸중 주요 원인) 아주 위험하고 잘못하면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세반고리관 이상으로 오는 어지럼증은 오히려 증상의 정도는 더 심할지 모르나 치료가 잘되고 후유증도 덜하다. 타이어 이상이 있으면 펑크를 때우거나 타이어를 갈면 되나 엔진 이상이 심하면 폐차해야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비유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는 이석증

그렇다면 전체 어지럼증의 원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석증에 대해 알아보자. 이석증이 생기면 침대에 누울 때, 누워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때, 일어날 때 주위가 순간적으로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세반고리관 바로 옆에는 돌같이 생긴 이석으로 꽉 차 있는 이석주머니가 있다. 이석주머니는 세반고리관과 연결돼 있다. 이런 이석주머니를 차로 비유하면 베어링에 해당된다. 어떤 이유로 인해 뭉쳐 있어야 할 이석들이 느슨해지면서 한두 개가 인접해 있는 세반고리관으로 떨어져 나와 어지럼증을 일으킨 경우이다. 즉, 베어링이 바퀴 안쪽으로 빠져나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니까 차가 매끄럽게 주행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이석증의 원인 중 절반 정도는 노화현상의 하나로 50, 60대 이후에 특별한 이유 없이 잘 발생한다. 하지만 20, 30%는 귀 뒤쪽에 물리적으로 과도한 충격을 주게 되는 상황(교통사고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석증이 있다면 빠져나온 이석을 제자리로 되돌려주는 이석정복술이나 이석을 부숴 없애는 특수운동요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구토를 동반한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혹시 머리 안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공포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어지럼증의 원인은 주로 귓속 이상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중 이석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도움말'오희종(오희종신경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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