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자연을 먹고 자란 참외 수박 찹쌀…
대구의 농업 인구는 5만여 명. 경지 면적은 9천200㏊로 총 면적의 10.5%에 이른다. 대구사과는 물론 체리, 미나리, 연근, 한우 등 다양한 품종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15일 발효되는 한'미 FTA와 앞으로 다가올 한'중 FTA의 파고를 넘을 숙제도 안고 있다. 청정한 비슬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참외, 수박, 찹쌀, 가공품 등 특산물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참외
김달순(50'대구 달성군 옥포면 참외연합회 회장) 씨는 대학 졸업 후 26년째 품질 좋은 참외를 생산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김 씨는 부친의 수박 농사를 이어받아 참외로 작목을 전환했다. 김 씨는 달성군농업기술센터(소장 구본은)의 기술지원과 친환경 농법으로 참외를 재배하고 있다.
김 씨의 참외 하우스에 들어서자 향긋한 냄새가 코 끝을 찌르며 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김 씨는 꿀벌을 이용해 참외 수정을 하는 친환경 농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인공수정했으나 벌을 이용함으로써 노동력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직접 제조한 유기물 발효 액비를 사용해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아삭하며 당도가 높고 향기가 진해 고품질 참외로 명성을 얻고 있다.
브랜드 이름도 '황후의 과실'이다. 2모작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도 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출하(지난해 11월 말~올 2월)하고 4, 5월에 다시 출하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는 "당도 높은 참외를 엄선해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가락동농협공판장에 1상자(10㎏) 9만원 선에 납품하고 있다. 비슬산 자락에 360농가가 245㏊의 참외를 재배하고 있다.
◆유가찹쌀
대구 달성의 '유가찹쌀'은 옛날 영남선비들이 떡으로 빚어 한양 과거 시험장까지 가져가도 굳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유가면은 비슬산의 맑은 물과 기름진 토양, 풍부한 일조량으로 찹쌀 생산에 이상적인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농협과 유가찹쌀영농조합법인이 최첨단 시설로 가공해 찹쌀의 윤기가 풍부하고 희고 찰기가 높아 국내 최고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유가찹쌀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과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명품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 백화점, 농협 하나로마트, 참달성농특산물쇼핑몰(053-668-3200)을 통해 전국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 2㎏, 4㎏, 10㎏ 포장단위로 4천800~3만8천원 선이며 유가면 일대 200농가(180㏊)가 연 1천t을 생산하고 있다.
◆방울토마토
달성군 논공읍 일대는 지금 방울토마토가 한창 출하 중이다. 28년째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이태수(51) 씨의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붉은 방울토마토가 알알이 달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 씨는 신선한 방울토마토를 생산하기 위해 퇴비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가 발효시킨 퇴비를 사용하면 퇴비 속에 함유된 풍부한 미생물로 땅심이 좋아져 장기 재배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당도도 13브릭스(Brix)로 평균 9브릭스보다 월등히 뛰어나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참외와 마찬가지로 인공 수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벌을 통해 수정함으로써 노동력 절감과 저장성을 높이고 있다. 1상자(5㎏) 4만천원 선에 대구 매천청과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장미
달성군 옥포면은 대구 장미의 집산지로 23개 농가가 15㏊를 경작하며 연 17억5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김준순(달성군 화훼연구회 회장) 씨의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20℃의 후끈한 열기 속에 각양각색의 장미가 활짝 미소 짓고 있다. 김 씨는 유류대가 많이 올라 걱정이지만 우수한 장미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친환경농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지가격으로 한 송이당 800~1천원 선에 출하하고 있다.
◆비슬산 장아찌
청정한 비슬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담근 '비슬산 장아찌'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김재호(50)'배현숙(50) 씨 부부는 3년 전부터 찔레꽃, 땅두릅, 고추냉이, 엉겅퀴 등 25종의 산야초로 장아찌를 만드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산에서 직접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지만 건강한 식단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늘 웃음이 가득하다.
달성군 옥포면 비슬장아찌 영농조합법인 대표인 김 씨는 99㎡의 저온저장고와 절임작업실, 세척실, 포장실을 갖추고 있다. 장아찌 숙성실에 들어서자 장독에서 익어가는 장아찌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김 대표는 "전통식품인 장아찌의 영양적 가치와 식감을 살리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저온'저염도 가공방식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열을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리하고 3년 이상 숙성시킨 효소를 첨가해 기능성을 높인 '무(無)가열 산야초장아찌'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산야초 장아찌를 개발한 공로로 농업 부문 최우수 신지식인상을 받기도 했다. 신지식인 발굴 선정사업은 (사)한국신지식인협회가 주관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분야별 신지식인을 발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달성군농업기술센터도 장아찌 상품화와 품질 향상을 위해 시설지원 및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달성군농산물 공동브랜드인 참달성 쇼핑몰에도 입점, 농업인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비슬산 장아찌가 장아찌의 대명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신지식인의 명예에 걸맞게 상품 개발과 판매, 해외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토마토와인
달성군 유가면의 농업회사법인 토마토와인㈜(대표 엄용탁)은 2008년부터 3년에 걸쳐 계명대학교, 농촌진흥청, 달성군농업기술센터와 공동 연구해 '라이코펜 토마토와인'을 출시했으며 현재 특허를 출원했다.
'2011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라이코펜 토마토와인'은 세계 최초로 토마토를 와인화한 것으로 토마토의 항산화작용과 항암효과 등 효능이 뛰어난 라이코펜(Lycopene)을 그대로 보전해 발효'숙성시킨 건강 기능성 와인이란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 토마토와인은 일반 와인과 비교해 맛과 향에서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음회와 소믈리에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토마토와인의 또 다른 차별성은 바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한 토마토를 원료로 빚어 토마토 고유의 맛과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달성군 논공지역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완숙 토마토 주산지이다. 이에 따라 와인의 원료 전량을 '논공 토마토'를 사용해 FTA 파고와 맞서고 있다.
토마토와인㈜은 지난해 5월 토마토 60t을 농가로부터 수매해 와인으로 가공했다. 앞으로 토마토 재배농가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특히 홍수 출하 때는 가격지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와인공장에서는 연간 300t의 토마토를 수매할 수 있다. 현재 375㎖×2병(1만7천원), 700㎖×2병(3만원), 700㎖+375㎖×2병(3만원) 등 세 종류를 출시하고 있으며 '드라이'와 '아이스' 두 종류가 있다. 엄용탁 대표는 "하나로마트, 농협, 참달성 쇼핑몰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으며 토마토 와인 갤러리를 만들어 체험과 관광을 접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향주(荷香酒)
달성군 유가면에 가면 하향주가 익어가고 있다. 향에 취하고 맛에 반한다. 은은한 연꽃향기를 품어내는 하향주는 맛과 향이 살아 있는 대구의 유일한 민속주이다. 또한 술로서는 유일하게 대구시 무형문화재 11호로 선정됐다.
하향주는 신라 고찰인 유가사에서 빚기 시작해 1천여 년을 이어왔으며, 비슬산 맑은 물과 전통 누룩, 유가찹쌀과 약초로 만들어 낸다. 약초로는 비슬산 자락의 들국화, 약쑥, 인동초 등이 첨가된다. 또한 하향주는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켜 '백일주'로 불리며 숙취와 두통이 없다. 빛깔은 은은한 연녹차색을 띠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특히 신맛과 단맛, 떫은맛, 쓴맛과 구수한 맛 등 민속주 특유의 다섯가지 맛이 어우러지고 연꽃 향이 뒷맛으로 남아 입안에 은은히 감돈다. 100% 유가찹쌀로 빚어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달지 않고 17도의 부드러운 술맛을 선사한다.
2010년 국비 명품화사업에 선정돼 발효에서 출고까지 전 공정을 무인자동시스템으로 생산하며 현대적 위생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만2천ℓ를 생산하고 있으며 360㎖(1병), 700㎖(1병), 700㎖(도자기)를 6천~2만원에 출시하고 있다. 하향주 기능보유자 박환희(62) 씨는 "주조과정의 핵심은 밑술에서 효모가 가장 많이 생성될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놓치면 술이 시큼하고 신맛이 난다"며"앞으로도 꾸준히 과학적인 방법으로 품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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