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이대론 승복 못해" 탈당 불사 시사

입력 2012-03-08 10:35:34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누리당의) 공천이 가까이는 4월 선거와 멀리는 12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며 "'시스템 공천'이 계파와 친소관계에 따른 공천, 당의 반대 진영 제거를 위한 공천을 위한 것이 아닌데 (컷오프된 의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결과는 열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내 친이계의 좌장인 이 전 장관은 또 "박근혜 위원장은 '낙천자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떨어진) 이들이 승복할 수 있을 때만이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의 이날 회견은 그의 측근들과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하면서 '친이계 학살'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이라 계파 수장으로서 '한 말씀'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만약 조사결과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공천이 마무리되면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공천권 반납, 탈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앞서 낙천한 친이계 쪽에서는 탈당, 신당 창당 등으로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새롭게 당을 꾸려 총선에 참가하려는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보수중도층을 아우르겠다고 창설된 박세일 대표의 '국민생각'이 낙천한 인사들을 향한 '이삭줍기'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고, 김덕룡 전 의원은 최근 안 전 대표를 만나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 세력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생각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을 가리지 않고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천에서 세 번 연속 탈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신당을 만드는 방향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하위 25% 컷오프에 걸린 현역 등은 재심사 요청, 탈락자료 제출 등으로 비상대책위, 공직후보자추천위를 압박하고 있으며 당이 충분히 소명하지 않을 경우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정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위 여론조사에서 후보와 (자신의) 지지도가 1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공천을 받지 못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컷오프 데이터를 당장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지역기반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부는 무소속 출마도 벼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야당뿐만 아니라 신당, 무소속 연대와도 싸워야 할 판이다.

친이계 몰살 이야기가 나오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번 공천과정을 두고 "친이는 죽고 친박은 사는 계파'밀실'편파공천"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당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천을 해야 하는데 왜 자르는지 설명도 없다. 박근혜 위원장은 (공천과정에서) 물러나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비대위는 '컷오프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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