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 연극계 '밤을 잊은 연습벌레들'

입력 2012-03-08 07:15:26

대구 대명동의 한 소극장에서 A극단 배우들이 대구연극제에 출품할 연극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대명동의 한 소극장에서 A극단 배우들이 대구연극제에 출품할 연극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연극계는 지금 '연습 중'이다. 이달 말로 다가온 대구연극제를 앞두고 공연할 작품 연습에 여념이 없다. 특히 올해는 참가 극단이 예년보다 늘어 공연 준비가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연극제는 자신의 극단을 대외에 알리고 '한 해 농사'를 검증받는 중요한 대회라 참가 극단들은 긴장과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연습, 또 연습

이달 2일 오후 4시 대구 남구 대명동의 A소극장. 10여 명의 배우들이 무대와 객석을 채우고 있다. 배우들 손에는 제각각 대본이 들려져 있다. 한 배우는 아예 객석에 누워 '대사 외우기'에 열중이다. 다른 배우들은 초조한 듯 여기저기를 서성인다. 드디어 연습 시간. 연출가는 "오늘은 2막에서 해야 할 액션을 찾는 날이다"며 배우들에게 주문한다. 연출가가 뭔가를 지시하자 배우들은 꼼꼼하게 노트에 적는다. 무대엔 몇몇 배우들이 마치 공연을 하듯 리얼하게 연기를 펼친다. 나머지 배우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짬짬이 자신의 대본을 살핀다. 연출가는 객석 앞쪽에 주저앉아 배우들의 연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수시로 뭔가를 적는다. 가끔 대사를 틀리거나 잊어버리는 'NG' 장면이 나오자 소극장은 떠나갈 듯 웃음바다가 된다. 하지만 배우들은 연습 내내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A극단은 2월 중순부터 연습에 돌입했다. 한동안 대본 리딩에만 전념하다 2월 말부터 액션이 들어가는 본격 연습을 시작한 것. 한 배우는 "요즘은 하루에 3시간 이상 연습한다"며 "보통 공연을 앞두고 최소한 대본을 200차례는 읽는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분위기나 대사가 외워진다"고 말했다. B극단 또한 2월 중순부터 대본 리딩 작업에 들어가 요즘은 액션과 동선 파악을 위한 연습이 진행 중이다. B극단 연출가는 "대본 리딩도 단지 대사를 읽는 수준이 아니고 표정과 감정을 넣어 실제 연기를 하듯 대사를 읽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른 극단과 경연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연습실 분위기가 여느 작품 준비 때보다 긴장감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이 극단은 배우들의 스케줄 등으로 밤에 모여 하루 4시간 정도 맹연습을 하고 있다. 연극제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리허설 수준의 연습을 할 계획이다.

◆참가 극단 늘어 기대

지역 최대의 연극 축제인 '대구연극제'가 올해는 25일부터 4월 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과 소극장 시어터우전, 엑터스토리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4개 작품)보다 늘어난 6개 작품이 경연 부문인 공식참가작으로 무대에 올라 어느 때보다 열띤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식참가작은 ▷극단 예전 '무지개 빠찌' ▷극단 돼지 '시동라사' ▷극단 한울림 '돌날' ▷극단 이송희 레퍼토리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극단 엑터스토리 '약속' ▷극단 처용 '해무' 등 6개 작품이고, 비공식 참가작으로는 극단 마루 '배스룸'과 극단 온누리 '비밀 하우스' 등 2개 작품이다.

연극계에서는 올해 공식참가작이 증가한 배경으로 소극장에서의 공연을 꼽았다. 지난해는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981석)에서 열려 극단들이 중극장에서의 공연을 부담스러워한 측면이 있지만 올해는 비슬홀(241석)이나 소극장에서 열려 그런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올해 대구연극제는 지역 작가에 의한 창작 초연작이 있는데다 대구시립극단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작품의 질적 수준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연극협회 박현순 회장은 "올해는 대구의 역량 있는 극단들이 대부분 참여하기 때문에 대구 연극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