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이지현 전
책은 이 시대 공동의 기억이다. 동시에,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사상, 감정, 지식 등 모든 정보의 기록이며 시대성을 담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기억 공작소'. 2012년 첫 전시로 이지현 작가의 전시가 4월 1일까지 열린다.
이지현 작가는 10년 이상 책을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책의 글자와 사진 이미지를 실체를 겨우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일이 잘게 뜯어 해체하고, 그 조각들을 다시 조심스럽게 붙여 원래의 형태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읽을 수 없는 책'이 탄생한다. 책 속 이미지와 글자는 부풀어 올라 형체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책이 갖는 이야기와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에요. 익숙한 책을 낯설게 만들지요. 동시에 나를 비롯한 사회 모든 것에 대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오래된 낡은 책이 많다. 오랜 세월 빛과 시간에 의해 낡은 자연스러운 색감은 낡은 서재 앞에 섰을 때의 묘한 긴장감을 준다.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와 같은 명화나 사진 표지를 해체한 책이 눈에 띈다. 작가는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택한 페이지"라고 소개했다.
"책은 개별 내용이 아니라, 시대의 상징물로 보고 작업했어요. 또렷하지 않은 내용과 이미지, 뜯어서 알 수 없게 만든 책은 자아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우리 시대 정체성과도 같지요."
그는 이번 전시에 오래된 성경을 선보인다. 붉은 가죽 케이스는 예수의 피를 연상시킨다. 텍스트 대신 빛을 담아, 색다른 설치 작업으로서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
눈으로 보기엔 책은 한없이 부드럽게 부풀어 올랐지만, 만져보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책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유려한 곡선으로 사뿐히 놓여 있다. 작가는 '꿈꾸는 책들'이라고 소개했다.
"수많은 스토리를 품고 있으며 언젠가는 다시 읽히고 싶은 꿈을 꾸는 거지요. 꿈에서 막 깨어나는 듯한 책의 모습과도 비슷하죠. 이제 어디론가 비상하고 싶은 책의 꿈이랄까요."053)661-308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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