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대학 신입생 "졸업 후 美 유학, 이웃에 봉사"

입력 2012-03-07 10:03:54

대구보건대 사회복지과 입학 '당찬포부' 김복례 할머니

일흔셋의 나이로 대구보건대학교에 입학한 김복례 할머니가 대학교정에서 교재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일흔셋의 나이로 대구보건대학교에 입학한 김복례 할머니가 대학교정에서 교재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대학생의 꿈을 이룬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이달 초 대구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한 김복례(73) 씨. 사위한테 받은 입학 축하금으로 수업교재를 샀다며 자랑하는 김 씨는 이달부터 손자 또래들과 함께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슬하에 다섯 딸을 둔 김 씨는 마흔넷에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막막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당시 거주하던 경북 청송에서 농사일을 배워보려 했지만 경운기가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를 당한 후로는 농사일을 접어야 했다. 할머니는 "딸 넷이 경운기에 함께 타고 있었는데 경운기가 뒤집어졌는데도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며 "농사일은 내 일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 길로 농사를 그만두고 대구로 들어왔다. 팔달시장 노상에서 국수장사를 시작한 할머니는 그야말로 억척같이 일했고 돈을 모았다. 그리고 5명의 딸을 모두 대학에 보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딸들이 장성하고 나서야 할머니의 공부가 시작됐다.

김 씨는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만학도가 다니는 중학교를 알게 됐고 69세에 입학했다. 오전 2, 3시까지 공부하다가 쓰러져 119응급차에 실려 간 일도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고, 2년 후에는 당당히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개근상까지 받았다.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이웃을 돕고 싶어 대구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지원했다는 할머니는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 10명의 축하 속에 대학생의 꿈을 이뤘다.

김 씨는 첫 수업시간에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를 외워서 낭독하는 것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학과 친구들은 할머니 동기를 큰 박수로 환영했다.

김 씨는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 가서 더 많이 공부한 후에 이웃에게 봉사하며 살고 싶다"며 "그 꿈을 위해 매일 걷기, 훌라후프 돌리기, 윗몸 일으키기를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보건대 사회복지과 배기효 학과장은 "김복례 할머니의 사례는 많은 학생들에게 용기와 도전을 일깨워 준다"며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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