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전략지역 낙하산 공천, 큰코다친다"

입력 2012-03-07 10:29:50

물갈이 명분 중앙당 전횡…"이번엔 다를것" 반대 기류

대구와 경북 27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은 대구 6개, 경북 2개 등 8개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특히 대구는 전국에서 전략지역의 비율이 제일 높다. 12개 가운데 6개로 50%다. 압도적 1위다. 새누리당의 변화는 대구경북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언급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관계기사 3'4'5면

이번 공천에서 대구경북은 물갈이의 바람을 여과없이 맞고 있다. 특히 대구는 새누리당으로부터 '동네북' 취급을 받고 있다. '어떻게 공천을 해도, 어떤 인물을 데려다 놔도 표를 찍어준다'는 확고한 믿음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야가 비슷한 상황이지만 특히 새누리당이 이야기하는 전략지역이란, 결국 유권자들의 뜻을 직접 물어보는 경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가 후보를 '찍어서' 발표한다는 뜻이다.

'찍는다'는 것은 이미 공천 신청을 한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할 수도 있고, 외부인사를 '내려 찍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두 가지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 여기에 더해서 '옮겨심기'도 포함된다. 선거구 한 곳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광역권을 대상으로 인물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있었다.

역대 총선에서 전략지역은 신청자 내부에서 선정하는 경우보다는 외부 인사 '낙하산'의 가능성이 높았다. 일부 인사들은 "갑자기 공천을 받아 20여 일 만에 당선됐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녔다. 당 간판만 달면 후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다. 이런 관행은 이번에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스펙을 갖추기는 했지만 지역 연고는 별로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당선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대구경북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간판만 내걸면 찍어준다는 '변치 않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대구경북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경북 현역 의원 교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도 현역 의원을 뽑아 내고 누구를 세워도 당선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구경북 8개 전략지역 가운데 적어도 3, 4개는 낙하산 공천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면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나름대로 터를 잡아 오랫동안 갈고 닦은 후보들이 즐비한데도 굳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 보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역의 한 새누리당 인사는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 특히 몇몇 지역은 낙하산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하다. 새누리당이 큰코 다칠 수도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대구 중남구와 서구다. 중남구는 14대 총선부터 연이어 재선에 성공한 의원이 한 사람도 없다.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강력한 무소속 후보도 터를 잡고 있어 새누리당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곳이다. 서구 역시 새누리당으로서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특정 인물 전략공천설이 돌고는 있으나 이곳 역시 중남구와 마찬가지로 구청장을 지낸 무소속 후보가 자리 잡고 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관계자들은 "중남구와 서구가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프리미엄이 가장 안 먹히는 곳"이라며 낙하산 공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경북지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스펙만 조금 좋다고 기존의 공천 신청자가 여럿 있는데도 공천신청도 않은 인물을 내려 보내면 기존 인물들은 모두 등을 돌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선거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경북도당의 한 관계자도 "현지 사정을 모르는 중앙당에 의한 무차별적인 낙하산은 결코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유권자들의 의식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당에서는 옛날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동관 정치부장 dkd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