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어느 날, 서울 종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남자 2명의 뒤를 따라다니며 깔깔댔다. 한 남자는 긴 외투를 입은 키 작은 곱사등이였고 또 다른 남자는 텁석부리 수염에 빼빼 마른 모습이었다. 마치 '거꾸리와 장다리' 공연을 앞둔 곡예단원인 듯했다. '거꾸리'는 한국 최초의 야수파 화가 구본웅(1906~1953)이었고, '장다리'는 천재 소설가 이상(1910~1937)이었다. 둘은 네 살 차이였지만 초교 동창이었다.
구본웅은 그리 대중적인 화가는 아니지만, 탁월했다. 자신의 타고난 슬픔과 애환을 그림에 쏟아부었다. 1906년 오늘, 서울에서 부잣집의 외아들로 태어나, 2살 때 가정부의 실수로 댓돌 위에 떨어져 평생 척추질환자가 됐다. "불구가 아니었으면 화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불구이기 때문에 세상의 강요를 받지 않아 자유롭다." 그림에 자신의 내면과 식민지 지식인의 분노를 그대로 드러냈는데 야수(野獸)처럼 난폭하고 강렬했다. 이상을 그린 '친구의 초상'이 기념비적 작품이다.
친일 활동이 삶의 패착이었다. 해방 후 반성문을 썼고 전쟁 중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의 비범한 '끼'는 고스란히 대물림했는데 발레리나 강수진이 외손녀다.
박병선/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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