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에 있을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라가 어수선하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 또한 없는 것이 국민들이다. 기존 의원들의 불출마를 기대했던 마음은 저버린 지 오래며, 각 당이 내놓은 인적 쇄신안이 이들을 얼마나 만족시켜 줄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투표장에서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각 당이 내놓을 후보들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들은 스웨덴 국회의원들을 보며 우리가 꿈꾸던 정치인, 국회의원에 대한 이상향을 보았다. 이들에게는 관용차도 운전기사도 없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공무 출장 때는 가장 싼 표를 사야 의회에서 비용을 돌려받는다. 면책특권도 없다. 농부'간호사'교사 같은 다양한 전직(前職)을 지닌 349명의 의원 중에 30%는 4년 임기가 끝나면 본업으로 돌아간다.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든다. 그들에게 국회의원이란 명예와 희생정신이 필요한 고된 직업이다. 1억 원이 넘는 연봉, 손발이 돼주는 6명의 보좌관, 각종 교통수단 무료 등 200개의 특권을 가진 직업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과는 그 거리가 사뭇 멀어 보인다. 모두가 그 노고를 인정하는 명예로운 봉사직 국회의원은 정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인 것일까? 기존 국회의원들의 불출마가 사회의 문제가 되는, 모두가 그들의 불출마를 기다리지 않고 말리는 사회는 불가능한 것인가?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12강 중 해관(解官) 편에서는 정치인들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날 때와 그 이후의 일에 관해 말하고 있다. 지금보다 그 정치적 권력이 막강한 시절에도 벼슬에 연연해 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며, 떠날 때 많은 재물을 가지고 가는 것 또한 그 본분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백성들이 목민관이 떠나가는 것을 슬퍼하고 길을 막아서는 것을 훌륭한 목민관이라 하였다. 이러한 본분을 지킨 우리의 조상들은 대대손손 그 명예로운 이름 석 자를 지금까지도 남기며 존경을 받고 있다. 현재에 이르러 지금의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국민들이 그들의 나갈 길을 준비해놓고 등을 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잘못된 특권에 대한 집착은 그들의 마음을 다시 여의도로 향하게 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진정한 특권'은 그들이 고치는 법안의 글자 하나, 문구 한 줄에 수십, 수백만의 국민이 혜택을 받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 특권이야말로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인 것이다. 그들이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200가지의 특권은 그들이 진정한 특권을 올바로 행사한다면 국민들이 그들에게 해줘야 할 배려일 뿐이다. 이러한 배려들에 눈이 가려 그들의 진정한 특권을 망각한 국회의원들의 변화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필자는 대구광역시의원 시절, 많은 시정안을 제안하고 잘못된 시정을 지적하여 고치고자 밤낮없는 시간을 보냈다. 많은 열정을 소비한 후, 두 번째 임기에서 이전과 같이 할 자신이 없어서 고개를 내저었다. 수없이 많은 유혹 속에서 자신을 유지하며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정치를 하는 그들 개개인을 탓하기보다 구조적인 변화가 시급함을 논하고 싶다.
각 나라의 문화와 정치적 환경이 다르다고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정치인의 이상은 유사할 것이다. 잘못 주어진 특권을 돌려주고,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인 국민들의 옆자리에 앉혀주어야 한다. 함께 대화를 하며 같은 곳을 보는 눈높이에서 그 애환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을 위해 봉사할 열정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진정 누려야 할 그들의 '진정한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이다.
각 당은 공천위를 통하여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많은 좋은 인재들이 후보로 추천받아 국민 앞에 서기를 기대하며, '진정한 특권'을 통하여 그들이 가진 감동적인 이야기보다 4년 후, 그들이 국회의원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윤병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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