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모두가 천사라면

입력 2012-03-05 07:46:16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날개가 달려있겠지! 하 하 하 하. 푸른 하늘 위로 새처럼 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호 호 호 호." ('모두가 천사라면' 노랫말 중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즐기라고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라 땅을 딛고서 그냥 버텨가기에도 힘겹고 많이 지쳤나보다. 힘센 얼음벽 앞에서 꽁꽁 얼어붙고, 동정심 없는 불똥 세례에 된통 그을리기도 했겠지. 그래, 그랬을 테지. 그냥, 그렇게 안아주는 푸근한 품이, 악머구리 끓는 지상에서 한순간이나마 훨훨 벗어날 수 있는 천사의 날개에 몹시도 목말랐던 게지. 비록 다시 추락하여 꿈에서 깨어날지라도. 까짓 것, 조금 궁상맞고 잠시 우스꽝스러워도 어때?

'완득이'(2011)는 누덕누덕 기운 지상에서 꾸어보는 한바탕 화사한 꿈이다. 변두리 옥탑 방에서 살아가는 완득이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천덕꾸러기다. 꼽추 아비에 굴러온 반편이 삼촌은 여기저기 차이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장돌뱅이 어릿광대 신세다. 지극정성으로 빌고 또 빌어도 죽어주지도 않는 모질고 모진 담임선생 '똥주'의 오지랖은 어찌 그리도 천방지축인지. 핏덩이 때 집 나갔던 엄마라며 데려온 아줌마는 낯설고 말도 뒤엉키는 필리핀 출신의 이주민이었단다. 불난 집에 풀무질이라고 머리 벗겨진 옆집 아저씨는 어찌 사사건건 트집에다 밤낮없이 욕지거리다. 굽도 젖도 못하는 안팎곱사등이 따로 없다.

가만히 알고 보면, 모두가 속 깊은 천사들이다. 아직 어리고 여린 속내를 헤아려 짐짓 무심한 척, 때로는 무지막지스러운 진드기 똥주 선생은 완득이의 한결같은 수호천사이다. 자꾸만 움츠리다보니 이제는 닫혀버린 부모의 어깨와 가슴을 도닥거리고 살그머니 열어서 그에게 되돌려주기까지 한다. 얼짱에다 도도한 우등생인 여자 친구가 문득 요정이 되어 다가오더니, 급기야 욕쟁이 옆집 아저씨까지 요술쟁이 화가로 나타나 천사 그림을 듬뿍 안겨준다. 그래,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에 겹다고 했지. 얼씨구, 잔치판이 열린다. 어절씨구, 춤판이 돌아간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이곳은 천국이겠지! 하 하 하 하. 우리 마음속에 욕심도 없어지고 얼마나 화목해질까? 호 호 호 호.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눈물은 사라져가고. 하 하 하 하. 우린 꿈을 꾸듯 언제나 행복하게 이리저리 날아갈 거야. 하 하 하 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천사가 되고, 온 세상이 하루아침에 천국으로 바뀔 수야 없겠지. 언제, 어디선가 잊어버리고 혹은 잊어버렸다는 것도 모른 채, 허겁지겁 달려온 날들을 떠올려 보자는 거지. 가끔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금은 붉어진 얼굴로 말이다.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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