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한 도요타는 2010년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부품 품질에 치명적 문제가 발생해 세계 각지에서 760만 대의 차량을 리콜 조치했다.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은 허약한 '뿌리'에 있다. 장기 불황과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도요타는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했으나, 현지 부품업체들은 불량 부품을 납품했던 것.
도요타 리콜 사태는 국내 경제계에도 뿌리 기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
한국의 자동차'조선이 세계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뿌리산업으로 대변되는 주조'금형'용접'열처리 등을 맡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있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뿌리산업의 비중이 86%나 된다.
그러나 국내 뿌리산업은 '3D(Dirty'Difficult'Dangerous) 업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인력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고, 제조업 공동화로 중국, 동남아 등지 생산 기반 시설 이전까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 산업 육성에 나선다.
정부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이하 뿌리산업법)을 제정해 1월 26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고, 대구시는 법 시행에 맞춘 시 차원의 뿌리산업 활성화 방안 수립과 함께 뿌리산업 육성'지원 조례 제정에 나섰다.
◆대구경북 뿌리산업은?
통계청에 따르면 ▷주조 ▷금형 ▷용접 ▷단조 ▷표면처리 ▷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 분야의 대구경북 기업은 2009년 기준 3천733개사나 된다.
분야별로는 소성가공 1천492개사, 금형 966개사, 표면처리 809개사, 주조 203개사, 열처리 180개사, 용접 83개사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대비 14.7%의 뿌리 기업이 대구경북에 밀집해 있고, 권역별로는 수도권, 동남권 다음의 전국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 경북 뿌리기업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낮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젊은 층 취업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금형을 제외하고는 연구개발 및 기업 지원 인프라가 취약하고, 기업의 영세성 등으로 인해 기술개발지원 등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김요한 산업정책팀장은 "대경권은 뿌리산업 밀집도가 높은 데 반해 기반 구축은 매우 취약하다"며 "뿌리산업의 생산기반기술은 대경권의 선도산업인 그린에너지와 IT 융복합산업의 육성을 위한 공통기반기술로서, 수요 제조업의 고도화 및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뿌리산업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위기의 뿌리산업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국내 뿌리산업 성장률은 -5.5%로 전체 제조업 성장률 하락폭(-0.1%)보다 그 폭이 훨씬 크다. 또 국내 뿌리산업 종사자(약 25만 명)의 세전 평균임금은 월 180만~280만원 수준으로 반도체(평균 350만 원), 철강(337만 원), 자동차(322만 원), 기계(241만 원)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내 뿌리산업은 40, 50대가 전체 인력의 55%를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 고용 비중은 2006년 18%에서 2009년 39.7%로 3년 새 배 이상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뿌리산업이 붕괴돼 해외 생산 기지 부품 구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뿌리산업법 제정에 나선 것도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다.
뿌리산업법의 골자는 기술력을 갖춘 국내 뿌리산업군을 첨단기술과 융'복합화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3년마다 첨단기술 융'복합화를 위한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뿌리산업발전위원회(위원장 지식경제부장관)에서 구체적인 추진실적을 점검한다.
또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정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15년 이상 장기근속자 및 7년 이상 종사한 우수 숙련기술자를 선정해 우대한다. 뿌리산업 집적지를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 기반시설과 공동 연구개발(R&D) 인프라 등 협업 시스템 구축도 지원할 방침이다.
◆대구 뿌리산업 활성화 방안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구시도 지난해 말부터 지역 차원의 뿌리산업 활성화 방안 수립에 나섰다.
우선 시는 정부 국책 사업에 뿌리산업을 먼저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모든 국책 사업이 의료, 로봇, 그린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 치우쳐 왔기 때문으로, 시는 뿌리산업 분야 정부 연구과제(R&D) 사업 개발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시는 또 신규공단 조성 시 뿌리산업 융합형 집적단지를 조성하거나 기계부품연구원 등 지역 기업지원기관을 통한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국책프로젝트로 확정된 노후공단(3공단) 재생사업에서도 3공단에 집적된 가공, 열처리, 표면처리(도금'도장) 업체 등을 우선 지원한다.
시의회도 뿌리산업 활성화 진흥 시책을 담은 뿌리산업 육성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시행된 뿌리산업법을 기초로 지역 뿌리산업의 성장과 발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기 위한 것이다.
곽돈규 시의원은 "의료, 로봇 등 신산업뿐 아니라 자동차부품, 섬유 등 지역 주력 업종 역시 뿌리산업이 뒷받침돼야 빛을 발할 수 있다"며 "시와 협의해 늦어도 4월까지 조례 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신성장산업팀 윤상현 부연구위원은 "모법인 뿌리산업법을 답습하는 조례가 아니라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며 "뿌리산업 육성 정책 자문기구로 '지역 뿌리산업발전협의회'의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규정하고 구조 고도화 및 인력 양성 지원 등을 포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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