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창작스튜디오 운영 주체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이하 현미협)에서 대구문화재단으로 바뀐다. 대구문화재단은 지난달 24일 교육청으로부터 폐교를 활용한 가창창작스튜디오 임대 입찰을 받아 직접 운영에 나선다. 현미협의 폐교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대구문화재단과 대구현미협은 임대를 위한 입찰 경쟁에 나섰다. 대구문화재단은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프로그램 매니저 공모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미술인들의 창작 산실
가창창작스튜디오는 5년 전, 대구에 작가 레지던시 공간이 없어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원들이 노력해서 일구어낸 공간이다. 당시 미술인들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오래된 폐교 리모델링에 나섰고, 이로써 대구 최초의 창작스튜디오가 탄생했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가창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갔다. 5년간 10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50여 명의 작가들이 거쳐 가면서 젊은 예술가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입주 작가는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약 70㎡(20여 평) 규모의 교실 한 칸을 작업실로 받아 사용한다. 오랜 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대구로 다시 돌아온 작가는 이곳에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도 했고, 외국 작가들이 입주하기도 했다.
타 지역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첨단 시설로 작가들이 생활하기 편하게 만들어진데 반해 이곳은 시설이 낙후했지만 자연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해외의 작가들이 가창창작스튜디오에서 체류하며 함께 작품 활동을 하는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작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실제로 작가들 간의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한다. 독일 작가가 이곳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이것이 인연이 돼 가창창작스튜디오 작가 3명이 독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다. 만남이 인연이 돼, 유학으로 연결된 경우도 있다. '인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방글라데시, 이탈리아,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참가했다.
◆ 새로운 운영주체, 어떻게 바뀌나
대구문화재단은 노후된 가창창작스튜디오 시설을 보완하고 앞으로 문을 열게 될 문화창조발전소(구 KT&G 별관)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패션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스튜디오 형태로 입주해있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건물을 작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창조발전소는 좀 더 혁신적인 예술가들에게 내주고,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건물에 패션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
이태현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은 "현재 가창창작스튜디오는 시설이 열악한데다 재정 지원이 안정적이지 않아 타 지역처럼 문화재단이 맡아 장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가창창작스튜디오 운영을 맡아온 정태경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은 "지금까지 현미협이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쏟아왔던 만큼 이제는 좀 더 협회 회원들 간의 소통 등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미협이 운영하던 대안전시공간 '스페이스 가창'은 접근성이 좋은 시내로 옮겨 대안공간의 원래 취지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가창창작스튜디오는 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하기로 한 반면 현재 대구미술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가창정대미술광장 창작스튜디오는 맡지 않기로 했다. 가창정대미술광장 창작스튜디오는 지난해 말 6명의 입주 작가를 선정해놓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병구 대구미술협회 회장은 "지난해 말 6명의 작가를 선정한 만큼 올해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내년에는 레지던시 사업을 그만두고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학습의 장소,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화재단이 또 다른 문화권력?
하지만 일각에서 '문화재단에 지나치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새로운 레지던시를 발굴하기보다 민간이 잘 운영하던 레지던시 운영까지 포함해 몸집 불리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 미술인은 "지금이야 미술작가들의 레지던시로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타 분야 예술인들의 반발이 생길 경우 미술인이 아닌 타 분야 예술가들의 레지던시로 바뀔 소지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미술인들이 그동안 젊은 후배 작가들을 위해 몸으로 수고하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공간이 다른 예술인들에게 사용된다면 미술인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사무처장은 "앞으로 대구에 레지던시 공간이 대거 확보되는 만큼 역할분담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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