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 하나만 있어도 우리 가족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오래전부터 우리 집 장맛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올해는 더 늦기 전에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고자 장 담그시는 모습을 처음으로 제대로 지켜보았다. 어머니께서는 웃으시면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니라면서 장독에 얽힌 일화를 말씀해 주셨다.
1960년대 중반쯤 결혼을 하시고 김장을 하시는데 제대로 된 큰 장독하나 없어 걱정하시는 걸 외할아버지께서 아시고 바로 그 다음날 10리 길을 그 큰 장독을 등에 지고 새벽 걸음으로 가져다주시고는 고마움을 전할 겨를도 없이 이내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다고 한다. 김장을 땅에 묻으며 풍성해졌던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흐뭇하고 좋으셨단다. 계속 김장독으로 사용하다 아파트로 이사하실 무렵 너무 크고 요즘 세월엔 큰 쓸모도 없을 것 같아 버리려고 하다가 그때 고생하시면서 전해주신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차마 그럴 수 없어서 그때부터 장을 그 독에다 담그기 시작하셨단다. 근데 된장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고 한다. 특별히 다른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외할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깃든 독이라 그럴 것이라 하셨다.
역시 음식은 정성이요 손맛이 아닌가 싶다. 옛것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우리 집 장맛의 비밀이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코너가 떠올라 미소가 번진다.
안근영(대구 수성구 범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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