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미나리'깻잎'체리, 전국적 재배 단지
대구의 농업 인구는 5만여 명, 경지면적은 9천200㏊로 총 면적의 10.5%에 이른다. 대구사과는 물론 수박, 참외 등 다양한 품종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15일 발효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대구 팔공산 자락의 연근, 깻잎, 미나리 등 특작물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연 4천860t 생산 전국 최대
◆연근
대구지역의 연 재배 면적은 전국 671㏊ 중 227㏊(동구 147㏊'달성 80㏊)로 전국 생산 면적의 34%를 차지한다. 연간 생산량도 4천860t으로 전국 최대 규모이며 연간 소득도 57억원으로 단위 면적당 벼농사의 4배에 이른다.
지역 연근은 반야월과 신평들 등 금호강 주변 일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식용뿐만 아니라 수질정화 능력도 뛰어나다. 연은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치 않고 재배할 수 있는 작물로 주로 4, 5월에 통근을 심어 9,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신평들에서 만난 한 재배농은 "이곳은 연근이 자라기 좋은 점토질 토양으로 연근 조직이 치밀해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며 "수확철인 요즘 하루 150~200㎏의 연근을 채취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4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연근을 처음 재배했던 곳도 반야월 지역이다. 이 지역 농가들은 국내 처음으로 연근 재배에 성공한 뒤 최근에는 위생가공 처리한 뒤 진공포장하는 공법을 개발해 서울 등 전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농민단체인 반야월 사복연근작목반이 앞장섰고 대구시농업기술센터(소장 서말희)가 기술지원을 맡았다. 전성문(50) 사복연근작목반장은 "진공포장 공법을 사용해 연근의 신선도를 유지하면 저장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며 "서울 가락동시장, 대형마트, 학교 급식 등 수요가 있을 때 출하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상자(15㎏)에 일반 연근은 5만원 선이나 진공포장한 제품은 9만원 선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농'관협동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조남호 대구시농업기술센터 과수특작담당은 "연 누룽지, 화장품, 술 등 가공품 개발은 물론 연의 약리적 효능을 부각시켜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지역 연근은 대구연근연구회와 작목반을 중심으로 생 연근을 판매하고 있고, 대구한의대와 '연화마을' '전진바이오'가 연 누룽지, 화장품, 술 등 연 가공품을, '연사랑'과 '연화마을'이 연잎밥 재료, 연꽃잎차 등 음식을 생산하고 있다.
##천연암반수 사용해 청정 재배
◆미나리
팔공산 자락인 대구 동구 미대'용수'신무동 일대는 지금 미나리 출하가 한창이다. 이곳에는 3개 작목반 70농가가 12㏊를 경작하며 연간 230t의 미나리를 생산하고 있다. 팔공산청정미나리단지는 2004년 한'칠레 FTA 협정에 따라 포도재배 농가의 불안감 가중에 따라 포도 대체 농가소득 작목으로 육성됐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나리는 팔공산의 청정한 기운과 높은 일교차로 향이 뛰어나다. 특히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관정을 뚫어 퍼 올린 천연암반수를 사용한다. 또한 화학비료 대신 미나리'사과 엑기스 등 친환경제재나 퇴비를 미나리의 영양제로 사용해 생장 촉진은 물론 병충해를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곳 70농가 중 40농가가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이만규(67) 팔공산미나리 작목반장은 "친환경 농법으로 미나리를 경작해 연간 16억원대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쌀농사보다 8배 정도 많은 소득 증대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미나리는 도매가격인 7천원(1㎏)에 서울 가락동시장은 물론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대구시농업기술센터도 미나리 재배농가의 소득증대에 나서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창의적인 농촌 손맛지원 사업으로 1억원을 지원받아 미나리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미나리의 기능성을 인정받아 성공한 가공식품은 미나리 절임, 즙, 칼국수, 막걸리, 잼, 고추장, 음료 등 7가지이다. 팔공산미나리 능성영농조합 윤해진 대표는 "지금은 서울'경북 일부, 대구 농협하나로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구축해 미나리 재배농가의 소득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등 농산물 도매시장서 직거래
◆깻잎
깻잎은 연근과 함께 대구농업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주산지는 반야월로 통칭되는 대구 동구 대림'금강'사복'숙천동 일대다. 깻잎은 이 지역 300여 농가에서 25㏊ 정도 재배하고 있으며 연간 1천100t을 생산해 농가소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곳 깻잎 농가들은 날것으로 먹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던 깻잎을 식용으로 유통시킨 주인공이다. 끊임없는 생산 기술 개발과 서울 등 주요 농산물 도매시장 직거래를 통해 300여 농가가 깻잎 하나로 연간 3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들 농가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천적'윤작기술을 적절히 응용한 친환경농법과 전조재배'수막재배 등 첨단농법으로 연료비 절감은 물론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있다.
##사과 이어 곧 '지리적 표시' 등록
◆체리
동구 둔산동(상동마을)은 경주에 이어 전국 2대 체리단지다. 31농가가 14㏊의 면적에 연 35t을 생산하며 전국 재배면적 중 30%를 차지하고 있다. 체리는 이 지역의 배수와 통기성이 좋은 경사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5, 6월께 수확해 전국 각지로 출하되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지난 2008년부터 포장재 제작을 위해 매년 450만원을 지원, 1.6㎏(400g 소포장 4개) 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물량은 서울 가락동농산물도매시장 및 양재물류센터에 출하되고 있다.
체리는 맛이 새콤달콤하며 과실류 중 단백질, 아스파라긴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어 암 예방 등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체리는 유가찹쌀, 대구사과에 이어 3월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결정을 받을 예정이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지난 2005년 시행된 제도로서, 상품의 특정 품질'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비롯된 경우 그 지역에서 생산'제조 또는 가공한 상품임을 나타내는 표시를 '지리적 표시'라 하며, 이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법인이나 소속단체 회원의 상품에 사용하게 하기 위한 표장을 '단체표장'이라 한다.
##'깻잎 부부' 김익수'신말숙 씨
지난달 22일 대구 동구 서호동 깻잎농장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추운 바깥 날씨와는 달리 비닐하우스 안은 김익수(50)'신말숙(46) 씨 부부의 깻잎 따는 손길로 후끈했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무역업을 하다 접고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귀향 후 젊은 나이에 농사를 짓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부부가 곡괭이'삽 한 자루 들고 밭을 일궜다. 주위로부터 깻잎 재배 노하우를 배우며 3년간 열심히 깻잎과 싸운 결과 중고 트랙터도 구입하고 농장도 차츰 확장했다. 김 씨는 "5년째 접어든 이제 서서히 농사에 대한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깻잎 하우스 1만6천500㎡(5천 평)를 경작 중인데 연소득도 쏠쏠해 귀농에 성공한 케이스다.
성공 비결을 묻자 친환경'첨단농법에 있다고 한다. 전조재배와 수막재배를 통해 천정부지로 오른 유류비를 절감하고 있다. 전조재배는 들깨가 꽃을 피우면 깻잎 생산이 중단되므로 개화를 막기 위해 365일 백열등을 켜 놓는 것을 말한다. 수막재배는 지하수(12~15℃)를 퍼올려 이중으로 된 비닐하우스 사이에 수막을 형성해 깻잎 생장의 적정온도(10℃ 이상)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김 씨는 해수농법도 곁들이고 있다. 해수농법은 일반용수와 바닷물을 200대 1로 섞어주면 깻잎이 두꺼워지고 병충해 피해를 줄여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깻잎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오존수로 세척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존수로 세척하면 살균효과와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씨는 "우리의 농산물 재배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 올라와 있기 때문에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판로 개척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서울 가락동시장과 대형마트에 깻잎 한 상자(2㎏)당 2만~2만5천원에 직거래하고 있다.
김 씨는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농업의 경쟁력을 갖추면 FTA와 맞서 싸울 수 있다"며 "농사는 정년퇴직이 없으며 열심히 노력하면 땀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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