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온 서원] 문화재를 가꾸는 사람들

입력 2012-03-01 11:41:39

누각·서원·고택…눈 부릅뜨고 지키고 있죠

옛말에 우리 마을에는 서원이 있었고, 깊은 산 속에는 옛 절이 있었다는 말이 있다. 서원은 선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 모습은 어떤가? 기와 입힌 낮은 담벼락에도 멋이 스며 있다. 서원 등 문화재는 그냥 아무 곳에나 셔터를 눌러도 작품이 탄생한다. 아주 오래된 낡은 모습이 더 애착이 가고 기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화유산 보호활동

대구에 있는 서원 등 각종 문화재의 보존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 이런 현실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 보호를 위한 전문단체와 실제로 문화재에서 살면서 지킴이 역할을 하는 문화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구에서는 (사)대구문화유산이 문화재 지킴이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구문화유산은 2008년 2월 서울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각 지역에 방치된 문화재에 대한 민간의 상시관리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사업의 하나로 출범했다. 주요 업무는 각 문중 재실이나 누각, 서원, 주거가옥, 사찰 등 문화재를 대상으로 상시관리 활동을 펼친다. 지난 한 해 동안 대구에 분포된 지정 및 비지정 문화재 1천335곳을 순찰하고 점검했다. 허물어져 가는 문화재 보수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대구문화유산 관계자는 "일부 문화유산들은 유지'관리에 전문성이 없어 급격히 낡아가고 있는 상태"라며 "몇 해 전에만 전문적으로 관리했더라면 자연훼손을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대구시의 경우 8개 구'군 중 달성군에만 비지정문화재가 40%가량 산재해 있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도 있어 계속 찾아내 보존과 관리를 해야 한다.

대구문화유산은 올해 서원 활성화 우수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 전통적이면서 참신하고 창의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원과 고택 등 문화자산에 접목하고 있다.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방치돼 온 구암서원(대구 중구 동산동)을 잘 보수해 6월부터 대구를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전통한옥 숙박체험 등 전통체험 교육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 팔공산 자락의 백원서원과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도 전통체험 장소로 개발해 경주최씨 종택과 옻골마을에 있는 지정문화재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일에 나서고 있다.

◆허동정 문화재 상시관리활동 사업단장

#"한국의 교육기관 서원, 세계에 알릴 거예요"

"대구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을 잘 개발해 한옥체험, 전통놀이 체험 등 문화재 특성과 품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청소년 정서함양은 물론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획기적인 대책이 될 것입니다."

문화재 상시관리활동 사업단 허동정 단장은 요즘 대구지역 문화재를 샅샅이 살피고 관리상의 문제점들을 캐내는 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노력하고 있는 분야는 선현들의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서원을 관리하는 일이다. 굳게 닫혀 있었던 서원들의 문을 열고 오랫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 그의 주요 임무다. 최근 2년 동안 대구지역 문화재를 직접 살펴 본 결과 "국가 지정과 시 지정 및 등록문화재를 제외한 비지정 문화재는 120곳으로 일부는 훼손됐거나 관리인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허 단장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그 핵심은 교육제도인데 역사적으로 서원이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문중의 재산으로만 있던 서원을 잘 개발해 한국의 교육기관으로서 세계에 알릴 길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지켜나가고 주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앞으로 비지정 문화재를 대상으로 '1가족 1지킴이' 운동을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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