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박제된 나뭇잎…35년만에 만난 '자연'

입력 2012-03-01 08:00:00

조혜연전 11일까지

조혜연 작
조혜연 작

나뭇잎 한 장이 종이로 박제돼 있다. 어느 바람에 휩쓸려 바스러졌을지 모르는 나뭇잎 한 장을 작가 조혜연은 사랑한다. 작가가 붙잡은 것은 나뭇잎 한 장이 아니라, 나뭇잎이 건너가고 있었던 시간이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잔함이다.

조혜연은 35년간 '자연'이라는 주제로 꾸준하게 작업해왔다. 35년간 작가의 기법은 페인팅에서 파스텔 드로잉, 캐스팅, 콜라주, 에칭, 모노프린트, 모노타이프 등으로 변화해왔다.

하지만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가 있다. 소소한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삶에 대한 관조다.

11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관에서 열리는 조혜연의 전시는 35년간 작가의 작업을 한눈에 보여준다.

작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종이 작업은 소소하고 자연스러운 존재들을 종이로 본을 뜨는 작업이다. 바스락대는 낙엽, 솔잎, 들판에 핀 들꽃,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작가의 작품 위에 곱게 담겨 있다. 작가는 작고 연약한 것들의 본을 떠 직접 만든 종이로 표현해낸다. 때로는 종이 위에 자연물을 붙이기도 한다.

"가장 자연친화적인 작업을 찾다가 종이 작업을 시작했어요. 닥 원료와 물만 있으면 되거든요. 오로지 손으로 직접 만든 종이의 느낌이 참 좋아요."

작가는 이번 전시에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였다. 내일이면 바람에, 햇빛에 상하고 바스러졌을 존재들은 종이 위에서 영원을 꿈꾼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이름 없는 들풀들의 낮은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053)668-1566.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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