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수재들 제치고 등극…"상금 500만원 전액 기부"

입력 2012-02-28 09:38:05

지방 일반고계 최초 '전국 고교생 경제한마당' 대상 대륜고 정재훈 군

제9회 전국 고교생 경제한마당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재훈(왼쪽) 군과 권민성 지도교사.
제9회 전국 고교생 경제한마당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재훈(왼쪽) 군과 권민성 지도교사.

"객관식 문제는 함정이 곳곳에 있었지만 지난해보다 쉬운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도표로 제시한 주관식 문제는 GDP 계산공식을 적용하기 어려워 당황했지만 문제를 풀어가면서 GDP의 개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획재정부가 주최한'제9회 전국 고교생 경제한마당'(이하 경제한마당)에서 대구 대륜고 정재훈(19) 군이 최초로 지방소재 일반고 학생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전국 고등학교의 약 32%에 해당하는 732개교에서 5천600여 명이 응시한 경제한마당에서 정 군은 92점을 획득했다. 전국 경제경시대회 성격의 이 대회는 수도권 특목고 등에서 대입수시를 위한 '스펙쌓기'로 이용할 만큼 비중 있는 대회다. 실제 경제한마당은 첫 해 휘문고 학생이 대상을 차지한 이후 2~8회까지는 모두 수도권 특목고 학생들이 독식하다시피 한 대회여서 일반계고 출신인 정 군의 수상소식은 더 의미가 크다.

"서울지역 학교에선 이 대회를 위한 특별반까지 편성해 공부한다고 들었어요. 문제는 주로 경제학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풀기 어렵기 때문에 수능 유형과도 다르고 고교 교과서 수준을 넘어서요."

정 군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해 2학년 진입과 동시에 틈틈이 경제관련 서적을 공부했다. 지난해 기말고사 후부터는 한 달간 하루 8시간 이상 경제학을 파고들었다. 모르는 문제는 권민성(37'경제'사회문화 담당) 지도교사와 일대일 대화 형식을 통해 해결했다.

권 교사는"재훈이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남다르고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다른 주제와 연관시켜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교과서와 선생님이 주신 경제용어 프린트물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KDI가 발간하는 월간'클릭경제'를 통해 폭넓은 경제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요."

장래희망이 경제학자나 국가 경제 정책을 제안하고 평가하는 재경분야 공무원인 정 군은 특히 공공 경제학과 행동 경제학에 관심이 많다.

"많은 경제학자들 중에서 케네스 애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는 경제학에서 동시에 달성하기 힘들다고 여겼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유리한 출발의 원리'를 제안했기 때문이죠."

이달 24일 시상식에서 상금 500만원과 부상을 받은 정군은 모교발전기금으로 200만원, 무료급식소에 300만원을 기부했다. 평소 부모들이 주위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라는 가르침을 실천한 것이다. 바둑 아마 3단인 정 군은 중학교 때부터 독서습관을 길러왔으며 교내 독서 토론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이다.

한편 대륜고(교장'임운형)는 이번 경제한마당에 모두 18명이 응시해 정 군외 4명이 장려상을 받아 단체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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