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아트스타' 정기엽展

입력 2012-02-28 08:07:24

안개·소리는 시간을 따라 흐른다, 詩처럼…

정기엽 작
정기엽 작 '소리탑'

안개가 흘러내린다. 시간이 흘러간다. 거기에 퉁, 퉁 울리는 소리는 흘러가는 시간에 점을 찍는다.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사라지듯, 안개가 사라진다. 소리도 귓전을 떠나간다.

안개와 시간, 소리에 대해 탐구해온 정기엽의 전시가 4월 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아트스타 2012년 첫 번째 전시로 열린다.

작가는 전시장인 유리 상자를 안개의 방으로 변모시킨다. 전시장 중앙 PVC 배관 파이프를 연결해 제작한 3.5m 높이의 '소리탑'이 설치된다. 그 주변엔 여섯 개의 정수통으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원형의 구조물 위로 안개가 흘러내린다. 여기에 심장 박동소리 같은 반복적인 음향이 저음으로 울려 퍼진다. 중저음의 음향이 울릴 때마다 안개는 소리의 압력에 따라 흩어졌다가 모이면서 사라진다. 작가는 오랫동안 유리와 물, 안개와 소리에 초점을 맞춰 작업해왔다. 안개로 콩나물을 발아시키는가 하면 유리구슬 속에 안개를 가두는 작업도 선보인 바 있다.

'유리'는 절제된 소통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유동적 세계 흐름의 상징이다. 덧없고 잡을 수 없이 흩어지는 물의 기체 상태인 '안개', 태초의 말씀이며 진동이고, 현재의 시간성으로 상징되는 '소리'등 네 가지 요소로 작품은 이루어진다.

"저에게 있어 안개와 소리는 시간적 매체예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존재이지요. 하지만 잡을 수 없다는, 현재성의 상징이라는 점 역시 공통됩니다. 안개와 소리를 만나게 한 것은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합니다."

작가의 개념은 시(詩)적이다. 불문학을 전공하다가 조소과로 편입했던 작가의 내면에는 시적인 상상력이 녹아 있다.

"안개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은 마치 강의 흐름과도 같아요.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본질은 같으니까요. 그 큰 흐름에 인간의 존재는, 강에 돌멩이를 던져 생기는 파문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작가는 안개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배경 음악은 불교의 독경소리, 가톨릭의 성가를 변조해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작가는 종교와 일상 사이에서 명상을 유도한다.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아트스타전은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으로, 지난해 말 3대 1의 경쟁을 뚫고 정 작가가 선정됐다. 053)661-308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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